30일 유한양행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매출액이 2009억원으로 전년 동기(1647억원) 대비 무려 22% 증가했다는 점이다.
#i1#약가인하, 쌍벌제 등으로 타 제약사들이 매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영업이익(132억원)과 순이익(120억원)은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16.7%, 31.7% 감소했다. 지난 2분기와 너무나도 닮은 3분기의 경영실적이었다.
매출액은 크게 늘지만 수익성은 악화되는 현상. 업계는 유한의 잇단 외국제약사와의 품목제휴가 가져다 준 결과물로 보고 있다.
실제 유한은 지난 25일 포스트와파린이라고 불리는 항응고제 '프라닥사(다비가트란)'의 국내 영업 및 유통 계약을 맺었다.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텔미살탄+암로디핀)', DPP-4 억제 당뇨약 '트라젠타(리나글립틴)',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테노포비어)',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성인용)' 등에 이은 또 하나의 거물급 약물이다.
이런 유한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은 나뉜다.
외자약 의존도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쪽과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물불 가릴 게 있냐는 입장이 그것이다.
A사 임원은 "위기에 처했다고 남의 것에 너무 의존하다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외자약 품목제휴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외형성장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끌겠지만 항상 계약해지라는 불안감을 안고 가야하는게 다국적사와의 판매제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품목이 들어오다보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에서는 당연히 단기 실적을 요구할텐데 이러면 현장에서 뛰는 영업사원 등은 버티기 힘들다. 그것도 유한처럼 대형품목을 들여올 경우에는 고충은 더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B사 사장은 "지금 체면 세울 때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성장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품목 제휴는 국내사가 가야할 길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도 생각해야한다. 어려울수록 기회를 엿보면서 경영 전략을 짜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렵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뭔가를 하면서 다른 쪽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 외자 품목제휴로 그들의 마케팅 방식을 배우는 등 얻는 것도 많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이익을 R&D에 투자하면 될 일"이라고 내다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