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으로부터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아 비교용출 및 비교붕해 시험을 통해 의약품동등성을 인정받았다면 약사가 대체조제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최근 복지부, 공단 등이 B약사에게 과징금, 환수처분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복지부는 2011년 4월 B약사의 2009년 10월부터 1년치 요양급여비용 전반에 대해 현지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B약사가 의사의 처방 의약품과 성분, 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면서 의사에게 사전 동의를 받거나 사후 통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2천여만원을 부당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약과 성분, 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할 때에는 '사전에'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B약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1500여만원 어치 의약품을 임의 대체조제해 왔다(부당청구 1유형).
또 B약사는 생동성이 입증된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대체조제한 경우 처방한 의사에게 전화나 팩스 등으로 대체조제한 사실을 통보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채 600여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부당청구 2유형).
이에 따라 복지부는 부당청구액의 4배인 8200여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공단은 부당금액 800여만원 정산 및 2000여만원 환수 처분, 해당 자치단체는 100여만원 환수 처분을 각각 통보했다.
이에 대해 B약사는 "의약품 임의 대체조제를 했다 하더라도 실제 조제한 약품 단가는 부당이득금액에 포함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B약사는 "오그멕스정, 다나제정은 의약품동등성시험(약동성) 실시대상 의약품으로서 비교용출 및 비교붕해 시험을 통해 약동성을 인정받은 이상 대체조제가 허용되기 때문에 처방전 기재 약값과 이들 약값 차액을 부당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B약사는 "공단은 요양급여비용 부당금액 800여만원 환수 결정을 하면서 사전통지를 실시하지 않아 의견진술 기회를 박탈했다"면서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그러자 재판부는 복지부와 공단의 처분에 일부 위법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임의 대체조제는 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약을 대체조제하고도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것이어서 약사가 지급받은 일체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 게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교용출 및 비교붕해 시험을 통해 오그멕스정, 다나제정이 약동성을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생동성 입증이 필요하다는 복지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사법 상 약사는 의사가 처방전에 적은 약을 성분, 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약으로 대체조제하려면 원칙적으로 미리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약사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식약청이 생동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으로 대체조제하면 사전에 의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후 통보하면 된다.
문제는 약사법 제27조 제2항이 '생체를 이용한 시험을 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어서 생체를 이용하지 아니하는 실험을 통해 생동성을 입증한 의약품까지 생동성이 있다고 인정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약동성시험이란 그 주성분, 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두 제제에 대한 의약품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생동성시험, 비교용출시험, 비교붕해 등을 말하는 것으로서 결국 약동성시험은 이들 3가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어 재판부는 "비교용출 또는 비교붕해 시험은 약동성시험 중 하나의 유형으로서 생동성시험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단이 부당금액 800여만원을 정산처리하면서 의견제출을 할 수 있다는 뜻과 의견을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처리방법 등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도 절차적 위법사유가 존재한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오그멕스정, 다나제정이 생동성 인정 품목에 해당함에 따라 부당청구 1유형이 아닌 2유형에 해당하고, 이들 약의 대체조제 비중 및 청구건수를 확인할 수 없어 처분 전액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B약사의 오그멕스정, 다나제정 대체조제와 관련한 부당금액을 다시 산정해 과징금 및 환수금액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최근 공단과 약사회가 2013년 수가 협상을 타결하면서 대체조제를 20배 늘린다는 부대조건에 합의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대체조제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