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전 무서워 떨고 있는 나를 치료해준 여의사를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만나니 꿈만 같네요."
대한민국이 전란에 휩쌓였던 지난 1952년 눈을 다친 환자와 그를 치료했던 전공의가 60년 만에 상봉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노스웨스트 크리스찬 대학 이송래 교수(73세).
지난 1952년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이 씨는 동급생이 무심코 던진 돌에 눈 주위를 맞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피범벅이으로 오른쪽 눈을 뜰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그를 치료한 것은 당시 전공의로 근무중이던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정식 석좌교수(86)의 아내 김선이(84) 씨다.
김씨는 당시 "다행히 시력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오른쪽 눈 위에는 수술 흉터가 남을 것"이라며 이 씨를 안심시키고 수술을 진행했다.
시간이 흘러 도미한 뒤 대학교수가 된 이씨는 그 당시 자신을 치료해준 고마운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그는 지인을 통해 당시 그 병원에 여자 의사는 단 한명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실마리를 풀어가며 김 씨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업무차 한국에 들른 이 씨는 김 씨가 건양대병원 김정식 석좌교수를 따라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한걸음에 달려와 극적인 상봉을 이뤘다.
서로를 얼싸안으며 대화를 나눈 이들은 60여년 전 환자와 의사로 되돌아가 그때를 추억하면서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씨는 "당시 어린 나이에 수술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는데 김 씨가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며 치료해 주었다"며 "그 고마움을 그동안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로 활동중인 김선이 씨는 "내가 진료한 환자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줘 의사로서 너무나 보람을 느낀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