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가 약속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의약품 리베이트를 꼭 잡겠다고.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가 7일 발표한 수많은 보건의료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제약계가 처한 슬픈 단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제약업종하면 리베이트라는 단어로 귀결되고 있다. 어디에도 우수 의약품 공급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은 없다. 제약사 면접에서는 어느 순간부터 리베이트 질문이 단골메뉴가 됐다.
"저 영업사원, 리베이트 주러 왔나봐." 병원 환자들이 지나가는 제약사 영업사업을 보며 이렇게 쑥덕거리는 것은 제약업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방증이다.
"좋은 술집 좀 안내해봐라" "요즘도 리베이트 많이 주냐" "접대하려면 술 많이 드시겠네요" 등은 B제약사 영업사원이 직업을 말하면 통과의례처럼 따라오는 유쾌하지 못한 농담들이다.
그는 "제약산업하면 리베이트 주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것 같다. 제약업계의 순기능을 외면한 채 부정적인 인식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하물며 소개팅 자리에 나갔는데 제약사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하자 탐탁치 않아하는 것을 느꼈다. 제약사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고 한탄했다.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민주통합당)은 지난 1일 일명 '쌍벌제 업그레이드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병원 직원이 리베이트를 받아도 병원 및 의료인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쯤되니 업계 일각에서는 "쌍벌제 시행 이전에 전국적으로 불었던 영업사원 병의원 출입금지령이 부활할 것"이라는 자조섞인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대선후보 공약에도 등장한 '의약품 리베이트 척결'. 제약계의 처한 서글픈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