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의 되지 않은 내용을 로드맵으로 제시하면 어떡하냐."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 때도 4개과만 수술 연기에 나섰다가 뒷통수 맞지 않았나. 회원들 정서가 좋지 않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대정부 투쟁 로드맵을 공개한 가운데 개원의사회가 투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투쟁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26일부터 4개 포괄수가제(DRG) 적용 질환의 비응급수술 무기한 연기 계획은 각 의사회별 사전 협의가 없는 내용이어서 이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는 개원의들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14일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노 회장이 대정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4개 DRG 적용 질환의 비응급수술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협의된 내용이 아니다"면서 "회원들 정서가 좋지 않아 의사회 차원에서 도우려고 해도 막연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6월 산부인과·안과의사회 등 4개과가 적극 지지한 DRG 수술 연기 방침을 돌연 철회한 것 때문에 정서가 좋지 않다"면서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괜히 나섰다가 우리만 뒷통수 맞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어렵더라도 밀고 나갔으면 회원들 반응도 좋았을 것"이라면서 "의협을 도우려고 해도 회원들이 움직여 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안과의사회 역시 회원들의 정서가 강경 투쟁 노선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과의사회 관계자는 "(로드맵과 관련해) 공식적인 제안이나 만나자는 요청은 아직 없었다"면서 "의료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이것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협을 도와줄 생각은 있지만 회원들 중에 아직 투쟁의 방향성이나 취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얼마나 설득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충분한 공감대 없이 투쟁에 들어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는 "지난 6월 DRG 수술 철회 결정이 회원들 모르게 갑자기 이뤄진데 대해 황당한 반응이 많았다"면서 "이번에도 수술 연기에 동참하라고 하면 얼마나 해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약분업과 같은 정책 이슈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선 개원가에서는 왜 투쟁을 하는지 아직 상황파악도 못하고 있다"면서 "의협의 지침이 내려오면 적극 동참을 하겠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는데는 집행부로서 애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