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반면 일선 교수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주요 대학병원 교수를 중심으로 확인한 결과 상당수 교수들은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 대해 모르거나 무관심했다.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는 교수도 있었다.
특히 A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의협이나 전공의협의회에서 어떠한 협의도, 연락도 없었다. 의협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협의회는 오는 22일 전국 전공의 대표자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대한 결의안과 함께 어떻게 투쟁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대정부 투쟁과 관련해 전국 전공의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선 전공의 중 70.1%가 대정부 투쟁의 최우선적인 조건으로 '병원과 교수의 참여'를 꼽았을 정도로 교수들의 참여가 관건이지만, 막상 교수들은 이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B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의협의 대정부투쟁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격하시키는 행동"이라고 꼬집고 "전공의들이 젊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성세대에 이끌려 투쟁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의협의 행보의 근본 원인은 극심한 저수가와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전공의 수련제도 등 잘못된 정부 정책에 있다고 봤다. 의료계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의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C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주 40시간으로 정해놓고 투쟁하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느냐"면서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야간 당직을 없애야 할텐데 과연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D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대정부 투쟁을 추진한다면 공식, 비공식적으로 어떤 협의가 있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면서 "의국에서도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 대해 동요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의협에서 주장하는 전공의 주 40시간 근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단순히 전공의들의 근무시간만 줄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복합적으로 의료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E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의협이 주장하는 게 무엇인지, 대정부 투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상당수 교수들도 이에 대해 무관심하고 전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는 의료진이면서 동시에 피교육생인데 주 40시간 근무를 한다고 치면 근로자와 피교육생의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