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최근 복지부에 대정부 협상을 공식 제안하면서 의-정 협상이 성사될지, 노환규 회장이 임채민 장관을 면담한다면 과연 어디에서 만날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21일 기자 브리핑에서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에 대정부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23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대정부 7대 요구안에 대해 협상할 것인지 23일까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7대 요구안은 의협이 이미 공개한 것처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재조정, 의정협의체 및 의료제도 선진화 특별협의체 구성, 성분명처방 및 대체조제 활성화 중단 선언 등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이같은 의협 제안을 받아들여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주목된다.
의정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어쩌면 '장소가 최대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노환규 회장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단 한번도 임채민 장관과 공식 면담을 하지 않았다. 장소 때문이다.
노 회장은 지난 7월 모 일간지에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제하의 전면광고를 게재하면서 대화를 제의했다.
하지만 광고 내용을 보면 장관을 공개적으로 면박 주려는 것이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노 회장 취임 이후 임 장관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가 복지부에서 만나느냐,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느냐 입장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광고를 통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아 시장통 아낙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장관이 전문가단체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지위를 낮추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노 회장은 "만약 장관님께서 또다시 굳이 "들어와서 인사하고 얘기하라"고 요구하신다면 저는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더 이상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장관님을 찾아뵙고 인사와 함께 직접 현안에 대한 논의를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광고가 나가자 복지부는 발끈했고, 의정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따라서 복지부가 의협의 요구를 수용해 협상에 나선다 하더라도 먼저 계동 현대빌딩 청사에서 만나자고 제안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임 장관이 "들어와사 인사하고 얘기하라"고 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의협은 이번 만큼은 '장소'에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 대변인은 기자가 협상을 한다면 어디에서 하느냐고 묻자 "장소 이런 게 아니라 (복지부가) 만나자고 하면, 요구사항에 대해 일단 알았다는 태도가 있으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들어가 만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장소' 문제는 일단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