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츠구 호리 오사카 심혈관질환 메디컬센터장
김성순 국군수도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최근 의료계에서는 어떤 약물이 '포스트 와파린' 칭호에 더 적합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와파린 이후 무려 50여 년 만에,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새 항응고제 때문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다비가트란)'와 바이엘의 '자렐토(리바록사반)'는 이런 논쟁의 중심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두 약물의 임상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진은 말한다. 임상에서 우수성을 입증한 약물이라면 조금 더 먼저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또 아시아인 데이터가 있으면 금상첨화라고 말이다. 가격도 무시 못할 요소라고 했다.
'프라닥사'는 이런 의료진 입맛에 한 발 다가선 항응고제로 꼽힌다.
와파린 이후 나오는 새 항응고제 중 '비판막성 심방세동(AF)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감소' 적응증에 대한 급여 출시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아시아인 대상 RE-LY 하위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아시아인 대상 RE-LY 하위그룹 분석 책임연구자인 마사츠구 호리 일본 오사카 심혈관질환 메디컬센터장과 김성순 국군수도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봤다.
아시아인 대상 RE-LY 하위 연구 설명을 부탁한다
(호리 박사)'프라닥사' 본 연구인 RE-LY 임상에 참여한 1만 8113명의 전체 환자 중 약 15%인 아시아인 2782명을 대상으로 와파린 대비 효능과 안전성을 검토한 연구다.
이번 연구가 의미있는 이유는 기존 많은 문헌 연구에서 아시아인 출혈위험이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경향이 있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RE-LY 연구가 와파린 대비 '프라닥사'의 효능과 안전성을 살펴 본 기념비적인 연구였다면, 이번 하위그룹 분석은 아시아인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동시에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의 상호 비교가 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간단하게 결과를 요약하자면 RE-LY 연구와 비교했을 때 '프라닥사' 뇌졸중 예방효과를 아시아인 대상으로 일관되게 입증했다.
'프라닥사 150mg' 1일 2회 요법은 와파린 대비 심방세동 환자의 허혈성 뇌졸중을 유의하게 감소시키고, 상대적 위험도를 25%까지 낮췄다.
새 경구용 항응고제 중 유일하게 와파린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간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
(호리 박사) 연구설계를 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은 아시아인들이 와파린 치료시 민감도가 높다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와파린 치료 아시아인들은 사망률이 높은 두개 내 출혈 발생 위험이 비 아시아인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았고, 다른 부위 출혈 위험도 비아시아인에 비해 높았다. 이것이 연구 시작 전 연구책임자들이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프라닥사'의 아시아인 대상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발생 비율은 150mg 1일 2회 요법이 연간 1.39%, 110mg 1일 2회 요법이 연간 2.50%으로 나타났다. 와파린은 연간 3.06%다.
'프라닥사'의 출혈위험 또한 와파린 대비 상당히 낮았다.
대출혈 발생률은 프라닥사 150mg 1일 2회 요법에서 연간 2.17%, 110mg 1일 2회 요법에서는 연간 2.22%였다. 와파린은 연간 3.82%다. 150mg은 와파린을 비교했을 때, 지역 간 유의한 상호작용이 있음이 관찰됐다.
그리고 '프라닥사' 두 용량 모두 와파린 대비 전체 출혈이 유의미한 감소를 보였다. 특히 아시아인에서 전체출혈 감소 효과가 더 컸다.
위장관 출혈도 마찬가지다. 이런 결과는 아시아인들에게 '프라닥사'가 더욱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결과가 실제 처방시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호리 박사)일본에서는 현재 1년 반 정도 사용 경험을 쌓았다.
출시 초기에는 약제 허가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군, 즉 신기능 장애 환자나 고령환자에게 처방되기도 해 출혈 부작용 보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허가 사항 범위 안에서의 처방 패턴 인식이 높아져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다.
RE-LY 연구 맥락에서 보면 프라닥사는 상당히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약제다. 환자의 특성을 잘 분석해 약물 용량을 선정한다는 전제에서다.
RE-LY에서는 '프라닥사'는 두 가지 용량을 연구했다.
110mg은 크레아티닌 청소율(CrCl)이 30에서 50 정도인 환자, 또는 신기능장애가 있는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 좋다.
또한 75세 이상 고령환자들의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쓰기 좋다. 과거에 위장관 출혈을 경험하는 등 출혈 위험을 잠재적으로 가진 환자들에게도 저용량인 110mg이 추천된다.
몇 가지 점들만 주의하면 프라닥사는 상당히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이며, 아시아 환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150mg과 110mg 모두 대출혈과 전체출혈 발생 위험을 상당히 낮춰주는 등 아시아인에게 위험한 출혈 발생빈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좋다.
아시아인에게 있어 '프라닥사'가 와파린에 비교해 사용도 편리하고, 효과도 상당히 좋은데다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제다.
한편, 일본은 심방세동 환자가 백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15%가 '프라닥사'로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과 동일은 150mg과 110mg 사용 비율이 50:50, 일본은 30:70 정도다.
곧 프라닥사가 새 항응고제 중 최초로 국내 출시된다. 처방 조언을 해준다면
(김성순 박사) '프라닥사'는 와파린에 비해 처방과 복용이 편리한 약제다. 그러나 처방과 복용의 편리성만 보고 처방해서는 안된다.
'프라닥사'는 70% 이상이 신장을 통해 대사된다.
현재 식약청 허가사항에 따르면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30에서 50인 경우에는 110mg이, 50 이상에서는 150mg 이 권장된다.
신장기능이 크레아티닌 청소율 30 미만으로 아주 심하게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면 안된다.
환자의 신장기능 상태를 파악해 적정 용량을 처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주의사항을 간과하는 경우가 발생해선 안 된다.
고령환자 처방도 유의해야 한다. 약물 복용을 잘 준수하지 못할 수 있고, 입원 중에 이뇨제를 사용할 경우 치료율이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