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제품을 가져다 파는 국내사가 급증하고 있다. 규모가 대형사이건 중소사이건 마찬가지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 부정으로 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소조항을 감수하며 계약을 맺는 국내사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약가인하, 쌍벌제 등으로 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국내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다국적사 제품에 달려든 결과다.
문제는 '갑' 위치인 다국적사가 다소 무리할 정도의 단기간 실적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마치 우리 제품은 너네가 아니더라도 가져다 팔 회사가 많으니 알아서 잘 하라는 식의 태도다.
국내 A사 PM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다국적사 자세가 고압적이다. 만약 B제품을 판다면 이 약에 대한 영업 전담반 신설까지 요구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특히 신제품 단기 실적 요구는 가장 난감하다. 달성하지 못하면 제품 회수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실적에 따라 향후 신제품 우선 협상권을 거는 다국적사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국적사 제품 공동판매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국내 B사 PM도 마찬가지다.
그는 "외자 품목 팔아서 가져가는 돈은 거의 없다. 만약 100원을 판다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0원도 안된다. 보통 처방액의 7대3 또는 6대4 정도로 외자와 국내가 나눠갖는데 국내사는 3, 4 중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남는 게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외형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독소조항을 안고 가야한다. 이게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계약 조건에 맞추려니 리베이트 등 무리한 영업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