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행정예고한 고혈압약제 급여기준 신설과 관련, 의협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최근 복지부가 예고한 고혈압약제 급여기준 신설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고혈압 급여기준과 관련, 동반질환 및 합병증이 없는 단순 고혈압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는 혈압이 160/100mmH 이상이어야 하며, 140-159/90-99mmHg인 경우 생활습관 개선후 급여로 인정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단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이 140-159/90-99mmHg이면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때 약물 치료를 하고, 혈압이 160/100mg 이하면 무조건 먼저 약 처방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의 전문성과 임상경험에 바탕을 두고 진단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외국의 치료가이드라인을 무작정 급여기준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의협은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고혈압은 완치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고, 적극적인 치료로 합병증을 줄이는 게 결국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협은 "급여기준 의무화로 인해 고혈압 조절이 적절하고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고, 뇌졸중과 심‧뇌혈관질환의 관리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가 이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가족력 등 환자 특성에 따라 고혈압약 투약시점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획일적으로 기준을 설정하고, 생활습관 개선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급여 적용을 받고 싶으면 무조건 이에 따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들의 인지율은 67.9%로, 약 1/3의 환자들은 고혈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혈압조절이 이뤄지는 환자 역시 43.6%에 불과해 상당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고혈압약제 뿐 아니라 골다공증, 한방첩약 급여화 등 일련의 보건복지부 정책을 보면, 치료효과나 임상현실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특히 송 대변인은 "정부가 빅브라더처럼 모든 것을 조종하고 규격화하려 한다"면서 "만약 의사들이 의학적 근거도 없이 정부 매뉴얼에 따라 진료하고 처방한다면 아바타와 다를 게 뭐냐"고 반문했다.
송 대변인은 "이 참에 정부는 고혈압약제 급여기준 의무화에 앞서 왜 선진외국에서 치료가이드라인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그 이유를 알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결코 의료선진국 대열에 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