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B형간염치료제 시장이 요동친다. 이 시장에서 1500억원 이상의 처방액을 올리며 독주하고 있는 '바라크루드'와 견줄만한 거대약물이 내일 급여 출시되기 때문이다. 바로 '비리어드'다.
물론 약 처방은 의사가 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워낙 거물급 약물이다보니 예측은 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바라크루드'가 독점하고 있는 초치료제 시장과 '제픽스' 내성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헵세라' 자리 변화가 그것이다.
먼저 '바라크루드' 초치료제 시장이다.
대한간학회는 지난해 11월 새 가이드라인을 통해 B형간염 초치료제로 단 두 개의 약만 권장하고 있다.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 초기 환자는 거의 '바라크루드'를 쓴다. 이 약만 써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비리어드'가 나오면 의사는 옵션을 하나 더 갖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기 환자에게 둘 중 하나를 골라 처방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바라크루드'가 독주하던 초치료제 시장을 '비리어드'가 들어오면서 처방이 분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바라크루드' 쓰던 환자를 '비리어드'로 교체하는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약제 하나를 복용하고 있다고 치자. 바이러스 억제가 완전히 되고 안전성도 있다. 그럼 바꿀 이유가 없다. '바라크루드'에서 '비리어드'로 전환된 경우도 있지만 선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약이 나왔다고 잘 듣는 약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비리어드'는 '바라크루드' 만큼 훌륭하다. 다만 어느 약이 쓰일지는 환자별 특성에 따라 다르다. '비리어드' 출시 의미를 의료진 약물 선택 폭 확대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비리어드 출시되면 헵세라 시장 타격"
의료진 대부분은 '비리어드'가 '헵세라'를 대체할 것으로 봤다.
'비리어드'와 '헵세라'가 같은 뉴클레오타이드 기전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없이 스위치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김윤준 교수는 "국내 B형간염 환자들은 대부분 뉴클레오사이드와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 약제를 병용한다. 대표 조합은 '제픽스'와 '헵세라'다. 뉴클레오사이드 약물이 내성이 생기면 '헵세라'를 썼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비리어드'가 나오면 의사로서는 하나의 옵션이 더 생긴 셈이다. 같은 기전이라서 당장 바꿔도 이상이 없다. 의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헵세라' 대신 '비리어드'를 쓰는 이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시중에 나온 B형간염약은 '바라크루드(엔테카비어)', '제픽스(라미부딘)', '세비보(텔미부딘)', '레보비르(클레부딘)', '헵세라' 등 5가지 성분인데, 이중 헵세라를 제외한 약은 모두 뉴클레오사이드다.
한마디로 시장에 뉴클레오타이드 B형간염치료제는 '헵세라'가 유일했던 셈이다.
'제픽스+헵세라' 병용요법 시장도 '비리어드'로 출시로 변화가 예상된다. 많은 읠진들이 두 약제의 조합을 '비리어드'로 바꿔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리어드' 출시로 한동안 조용했던 '바라크루드'로 대표되던 B형간염치료제 시장이 요동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