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①|카바수술 시장 퇴출, 심장수술 대가의 추락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 '노벨상 1순위'…
한 때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를 따라다니던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송명근 교수는 지난 2007년 말 언론을 통해 전재산 200억원을 기부한다는 유언장을 공개했다.
200억원은 자신이 개발한 수술법인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CARVAR, 카바)' 수술에 쓰이는 '카바링' 수익금을 의미한다.
이후 송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됐고, 현대 제네시스 제1호차 소유자로 선정됐다. 환자들은 건국대병원으로 몰려들었다.
1988년 심장병 환자에게 뇌사자의 판막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고, 1992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심장수술의 대가로 승승장구해 왔다.
하지만 본인이 개발한 카바수술법을 보험급여화 하기 위해 신의료기술 신청을 하면서 그의 이면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언론과 대중은 열광했지만 일부 의사들과 심장 관련 학회는 잇따라 카바수술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의 이중적 행보도 시작됐다.
과학의 기본 과정 '피어리뷰' 무시
송명근 교수는 동료 의사들의 피어리뷰(Peer Review, 동료 학자들의 검증)라는 과학의 기본 과정을 무시했다.
피어리뷰는 동료들의 비판을 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기 연구결과를 동료 학자로부터 인정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2008년 11월 열린 대한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동료 의사들은 송 교수의 수술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은 카바수술을 받은 사람 5명에게 나타난 심내막염, 대동맥 역류, 관상동맥협착 등 부작용 9건을 유럽흉부외과학회에 논문으로 제출했다.
20명의 부작용 사례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도 보고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특허 때문에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 '설 자리가 없어진 의사들의 조직적인 음해다' 등의 이유로 반박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종종 눈물을 흘렸고, 그럴 때마다 언론은 그의 편이었다.
같은 병원 동료교수들의 피어리뷰에 대해서도 "모두 카바수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심장내과 교수들이 수술한 의사의 동의 없이 환자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연구윤리 문제, 이해상충 인정 안하고 있다
카바수술은 안전성, 유효성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논란 외에도 연구윤리 측면에서도 학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송 교수 자신이 스스로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9년 2월 한 일간지에 따르면 송 교수는 2000년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사이언시티를 설립하고, 회사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언시티에서는 카바수술에 쓰이는 '카바링'을 만든다.
한국의료윤리학회는 지난해 성명서를 통해 "카바수술은 시술자가 수술 재료를 생산하는 회사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이는 환자의 안전성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고 연구 진실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언론 통해 공개하는 수술 성적, 바뀌는 사망자 수
송명근 교수는 또 카바수술에 대한 엄격한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외면한 채 언론을 통해 수술 성적표를 공개했다.
송 교수는 여러번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카바수술로 인한 사망자가 전혀 없다고 했다가 이후 6명, 15명, 21명으로 수시로 바뀌었다.
송 교수는 2007년 10월부터 2009년 11월 30일까지 카바수술을 받은 372명의 성적을 2010년 9월 발표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수술 사망자는 6명.
하지만 송 교수가 지난해 5월 밝힌 2007년 10월부터 2011년 3월 말까지 586명의 카바수술 결과도 마찬가지로 수술 사망자는 6명이었다.
3년 6개월 사이 사망자는 총 19명, 이 중 수술로 인한 사망자는 6명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9년 12월 1일부터 2011년 3월까지 1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카바수술을 받은 214명 중에서는 사망자가 한명도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후향적 연구결과는 송 교수의 발표와 크게 다르다.
보의연은 2007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카바수술을 받은 397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5명이 사망했고, 수술과 관계 있는 사망 사례는 무려 14명이었다.
카바수술을 받고 외래진료를 오지 않아 추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도 44명에 달했다.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44명 중 6명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 카바수술 때문에 사망한 것인지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병원 측은 "총 397명의 환자 중 추가 사망환자 6명을 포함해 전체 사망자 수는 21명으로, 카바수술 전체 사망률은 5.3%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는 보의연은 연구결과를 인정한다는 전제가 들어있다.
한편, 지난달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카바수술 조건부 비급여 고시 폐지안'을 의결했다. 사실상 카바수술의 퇴출이며, 화려했던 스타교수의 몰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