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5일, 강동구 길동에는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개원을 하겠다는 의사들과 이를 막으려는 요양병원간 고성이 오가는 싸움 끝에 급기야 경찰이 나서는 촌극이 벌어진 것.
주인공은 집단 민원으로 두달째 개원을 못하고 있다며 며칠 전 억울함을 제보한 3명의 정형외과 의사들(관련기사 참조)이었다.
업체를 통해 적법하게 철거 작업을 했는데도 요양병원 측 환자들이 "석면이 날린다"고 주장하며 집단 민원을 넣는 바람에 손도 못쓴 채 임대료만 날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이 이번엔 집단 항의집회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정형외과 의사들은 집단 민원과 항의집회가 A요양병원 환자들로부터 주도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요양병원이 의도적으로 개원을 막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원을 앞둔 3명의 정형외과 의사들과 요양병원과의 악연은 지난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원을 위해 봉직의를 그만둔 정형외과 의사들은 길동 소재 D빌딩의 1층에서 3층까지 3개 층을 임대하기로 지난 10월 본계약을 체결,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간다.
이상한 일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같은 건물 4~5층에 위치한 A요양병원에서 환자 두 명이 내려와 "시끄럽다"며 심한 욕설로 공사 중단을 요구한 것.
4일간 공사를 중단한 후 소음방지공법을 쓰기로 하고 요양병원 측에 양해를 구했지만 환자 3명이 다시 내려와 욕설을 퍼부으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이들은 80대의 건물관리소장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민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요양병원 환자의 보호자가 나서 '석면' 문제를 끄집어냈다.
강동구청에서 현장 방문 후 정상적으로 제출된 적법한 석면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돌아갔는데도 환자 보호자는 다시 노동부와 정부기관 곳곳에 공사 중 석면이 나온다면서 민원을 넣었다.
지난 3일엔 "석면 폭탄 웬말이냐! 길동 주민 다 죽인다!"는 섬뜩한 문구의 현수막이 건물 빌딩 앞에 내걸리기도 했다.
사단이 난 것은 5일 아예 A요양병원 원장이 전면에 나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서부터다.
석면 검사상 문제가 없었던 1, 2 층에 대해서 폐기물 반출을 하는 중에 요양병원 원장이 현장에 나와 고성을 지르며 공사를 방해를 시작한 것.
요양병원 직원과 환자들까지 내려와 검사상 문제가 없는데도 "석면이 날린다"는 주장으로 공사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요양병원 측이 폐기물을 반출하기 위한 주차장 입구를 수차례 봉쇄하고 나중엔 병원 구급차로 입구를 임의로 막아 놓기까지 하자 보다못한 정형외과 원장들은 업무방해, 불법집회 등으로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른다.
계속되는 요양병원의 공사 방해에 대해 정형외과 의사들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개원 예정의 박 모 의사는 "요양병원 원장이 빨리 건물주를 더 압박해라.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지금 민원인들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이 들고 일어나게 만들 것이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9월말 임대 계약이 만료된 A요양병원이 개원 예정의들을 앞세워 건물주를 압박, 권리금을 받고 나가려는 의혹이 든다는 것.
박 모씨는 "요양병원 원장은 우리들에게 건물주가 내 조건(양도양수)을 들어주면 그냥 해결이 된다"면서 "건물주를 찾아가 부탁을 해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요양병원의 환자와 원장 등이 나서 개원을 방해한 일련의 행위들이 모두 권리금을 받고 나가기 위해 정형외과 의사들을 앞잡이로 내세우려는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요양병원 측은 이런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요양병원 원장은 "소음과 석면에 대한 우려로 항의를 하는 환자들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면서 "나 역시 이런 집단 항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건물주에게 부탁하면 다 해결된다고 한 것은 내 문제(양도양수)가 해결되면 어떻게든 환자들의 항의를 막아보겠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정형외과 의사들은 6일에도 요양병원의 방해공작이 계속된다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정식 고소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