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메시 vs 호날두.
분야는 다르지만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세기의 라이벌이다.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누구 하나 한 시대를 주름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1인자와 2인자는 갈린다.
최근 제약업계에도 이런 경쟁구도가 한창이다.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vs '비리어드', ARB+CCB 고혈압복합제 '엑스포지' vs '아모잘탄' vs '트윈스타' vs '세비카' 등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구도가 가져온 웃지 못할 광경도 펼치지고 있다. 바로 경쟁사 움직임을 지나치게 예의주시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실제 다국적 A사 약을 받아 국내 영업을 하는 B사 마케팅 본부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동선이 경쟁사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는 품목제휴를 하는 A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종종 왕래를 하는 편인데, 황당한 것은 바로 다음날 A사 방문 사실을 경쟁사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부 스파이를 심어둔 것인지 내 귀를 의심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제약계가 어렵고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고 하지만, 최근 상황은 너무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보니 예전에는 없던 비방도 서슴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다국적 C사 마케팅 부장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하고 나섰다.
고혈압약을 다루는 그는 "일거수일투족까지는 아니지만 내 동선이 경쟁사에게 파악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어느 병원에 갔다더라 어떤 행사를 준비한다더라 등이 그것이다. 경쟁도 좋지만 너무 각박하다는 느낌도 든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