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보건의료정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
"의료를 규제의 시각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의협과 병협은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자에게 이같은 바람을 피력했다.
20일 의협에 따르면 노환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서신문 형태로 축하 인사와 의료계 여망을 전했다.
노 회장은 "보건의료정책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동안 보건의료 분야는 현장 전문가와 소통하지 않은 채 만들어져왔다"면서 "앞으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정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노 회장은 "오랫 동안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병의원의 문턱을 낮추는데 집중해 왔고, 값싼 의료만 강제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국민도 높은 의료의 질을 요구함에 따라 더 이상 값싼 치료를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국민이 최선의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노 회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보건의료인들이 전문가로서의 자부심도, 의욕도 잃은 상태라고 환기시켰다.
과도한 규제와 통제는 전문성을 훼손하고, 전문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노 회장은 "진료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진료현장에서 불안을 느끼기보다 보람을 갖고 기쁘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와 공권력 남용을 줄여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병협 김윤수도 규제 중심의 정책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민간 주도의 의료공급체계 아래 단기간에 거둔 보건의료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료수요자 중심의 공급자 규제정책이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의료의 질을 향상,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더 이상 의료를 규제의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장과 육성을 위해 지원하고, 규제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해 주는 합리적 운영체계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김 회장은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 건강보험수가 결정구조를 꼽았다.
건강보험 수가계약을 체결할 때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영향력 아래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공단 이사장의 재량권이 심히 제한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조정·중재기능이 없이 가입자 중심의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수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현재의 구조에서는 적정 수가가 불가능하고, 수가 억제정책의 반복으로 인해 국민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정립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게 그는 "적정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단순히 의료수가만 제한해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희생만 강요해 결국 장기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보장성 확대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서 의료서비스 분야를 육성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어 김 회장은 "국제 의료서비스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현재 국제 의료서비스 시장규모는 2008년 600억 달러에서 2012년 1000억 달러(McKinsey&Company 추산)로 연 12%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이미 세계 상위권에 올라서 있다"면서 "해외환자 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지원이 더욱 요구되며,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활성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 출산정책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일본은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저성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출산정책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 확대보다는 그 비용을 출산정책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발전은 정부나 국민, 의료계 어느 한 주체의 노력이나 주장만으로는 설득력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서로의 견해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국민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항구적인 노력을 더욱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