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약가인하로 "죽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 제약계 종사자들의 한숨이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올 11월까지 누계 원외처방조제액이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턱없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리지널이 거의 없는 국내사의 실적 악화는 가히 참담했다. 업계 부동의 1위 동아제약마저 20% 가까운 손실이 났다.
실제 동아제약의 11월 누계 원외처방액은 31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838억원) 대비 18.7%가 줄었다. 700억원 이상이 공중 분해된 셈이다.
다른 제약사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독약품(2866억원→2072억원, -27.7%), 일동제약(2063억원→1763억원, -14.9%), 유한양행(2065억원→1763억원, -14.5%) 등은 10% 이상 처방액이 감소했다.
대웅제약(4021억원→3765억원)은 -6.4% 줄었고, 종근당(2962억원→2920억원, -1.4%)과 한미약품(3180억원→3175억원, -0.2%)은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CJ제일제당(1794억원→1896억원, 5.7%)만 체면을 유지했을 정도다.
다국적사도 약가인하 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GSK(1549억원→1315억원, -15.1%), 화이자(3255억원→3008억원, -7.6%), 노바티스(2732억원→2654억원, -2.9%)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외자사의 이런 현상은 일부였다.
BMS(1125억원→1482억원, 31.7%), 베링거인겔하임(1156억원→1427억원, 23.4%), MSD(2415억원→2634억원, 9.1%), 아스트라제네카(1654억원→1773억원, 7.2%) 등은 오히려 처방액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처방액 부진 현상을 겪고 있는 국내사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약가인하로 제약업계가 침체다. 하지만 국내사와 다국적사를 나눠서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오리지널이 많은 외자사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입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