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떨어진 '약가인하 폭탄'이 내년도 채용시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상위 제약사마저도 채용 규모를 줄인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예 신입 직원을 뽑을 계획이 없다는 곳도 있었다.
약가인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정부의 판단과는 전혀 딴 판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5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내년도 일자리 기상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채용 계획을 확정한 제약사는 4곳에 불과했다.
이들의 2013년 채용 규모는 350명인데 이는 올해 376명보다 6.9% 줄어든 수치다. 나머지는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매출액 상위 500위 회사가 5000억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제약계 최상위 기업마저도 채용에 적극성을 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발표된 잡코리아의 2013년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예상 인원 결과도 비슷했다. 대상은 역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이었다.
이중 총 10개사가 내년도 610명을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781명보다 무려 21.9% 감소한 수치다.
모 제약사 노조위원장은 "약가인하 후 고용 불안감은 어느 제약사든 존재한다. 내년에도 약값이 추가적으로 깎인다. 회사측에서는 허리띠를 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인력 구조조정의 빌미로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채용 계획이 있는 곳은 상위 제약사다. 하지만 이들도 규모를 줄이거나 뽑지 않겠다고 한다. 상황이 더 열악한 중소제약사는 안봐도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한탄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정부의 조급한 약가정책이 제약 종사자들이 본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용 불안감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