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성장률 23%ㆍ전 세계 2위 규모의 거대 중국 의료기기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GE 헬스케어ㆍ지멘스 등 다국적기업들의 공략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들 다국적기업들은 병상 확대가 예상되는 민영병원은 물론 '명분'을 앞세운 전략으로 중국 의료기관의 90%에 달하는 국영병원 의료기기시장까지 잠식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지수 중국지사장에 따르면, 중국 의료기기업체는 약 1만 2000곳으로 이중 90%가 영세업체이며, 낮은 업계 집중도로 시장 독점제품이 부재한 실정.
또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첨단의료기기 제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문인력 역시 부족하다.
하지만 중국 의료기기시장은 2010년 기준 1000억 위안(18조원)을 돌파해 전 세계 2위 시장으로 부상했다.
더욱이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병원 현대화 정책에 힘입어 성장잠재력은 매우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과기부는 '의료기기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 투자는 물론 혈압ㆍ혈당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체외진단 시약ㆍ진단기기, 최소침습 진단치료기기, 악성종양ㆍ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 검사기기, 기층(기초의료)에 적합한 저비용ㆍ실용 의료기기 개발을 중점 지원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와 위생부는 민영병원의 병상 점유율을 현행 10%에서 오는 2015년까지 20%로 확충하고, 현재 90%를 차지하고 있는 국영병원의 일부를 민영화한다고 발표해 중국 의료기기시장에도 큰 판도변화가 예고됐다.
이는 국영병원의 경우 입찰을 통해 의료기기를 구매하지만 민영병원은 병원장이 직접 의료기기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업체 입장에서 병원의 진입장벽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들은 향후 폭발적인 의료기기 수요를 견인할 민영병원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GE 헬스케어와 지멘스는 민영병원 병원장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열린 '2012년 중국민영병원발전연도회의' 후원사로 참여해 제품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특히 GE 헬스케어는 민영병원은 물론 '명분'을 앞세운 전략으로 거대 국영병원 의료기기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베이징 신화뉴스는 GE 헬스케어가 중국모자보건협회와 협력해 도시와 농촌의 성급 모자보건병원과 유방암 3단계 예방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은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광동성에서 GE 헬스케어의 유방 X-ray를 일괄적으로 구매해 모든 모자보건병원에 공급함으로써 유방암 발병률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성공 여부에 따라 중국 전역으로 프로젝트가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진흥원 김지수 중국지사장은 "의료기기업체가 중국 국영병원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GE 헬스케어는 자사 의료기기를 통해 중국의 유방암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명분을 전략적으로 정부에 제시함으로써 거대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지사장은 "중국 내 다국적기업들이 중저가의료기기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은 어느 시장을 잡아야할지, 또 중국의 민영병원과 국영병원을 어떠한 방법으로 공략할 때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