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의료기관과 약국의 진료비 청구액은 급증 추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파탄 우려가 고조되자 보건복지부와 공단은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단은 부당청구로부터 보험재정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수진자조회에 들어갔다. 수진자조회는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우편 등을 이용해 실제 수진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00년의 경우 진료비가 청구된 총 94만 2211건에 대해 수진자조회를 한 결과 4.9%에 해당되는 4만 6002건에서 2억 9075만원이 부당청구 혐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2001년 249만 6766건에서 3억 3542만원, 2002년 65만 1612건에 20억 654만원, 2003년 68만 8599건에서 19억 113만원을 각각 환수했다.
무엇보다 복지부와 공단은 수진자조회를 통해 의원과 약국이 연루된 조직적인 허위청구, 가짜환자 사례를 언론에 수시로 공개하면서 의료기관들은 도둑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만큼 의료계의 대외적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제도 시행 이후 의료계는 끊임 없이 수진자조회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의료계는 수진자조회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2011년 '수진자 조회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단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법률에 수진자조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단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공단은 "수진자조회는 건강보험법 상 부당이득금 징수를 위한 조사 업무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의 구체적인 위임이 없어서 위법하다는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단은 "병의원 등 요양기관의 진료일수 부풀리기, 사망자 및 해외 출국자 진료, 비급여 수술후 수술비를 다시 공단에 청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당 허위청구를 하고 있다"면서 2006년 이후 수진자 조회 등을 통해 환수한 금액만도 2600억원에 달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의협은 지난해 9월에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수진자조회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의협은 건의서에서 "공단이 허위 또는 부당청구 요양기관 적발이란 미명 아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명시적인 법적 근거조차 없는 수진자 조회를 무리하게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협은 "공단의 수진자조회는 수진자의 개인병력 유출 위험성이 많을 뿐 아니라 최선의 진료를 다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버리는 문제점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수진자조회의 비용 대비 효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6년~2010년 1분기 동안 수진자조회는 모두 4875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단이 이 같은 수진자조회를 통해 총 43만 9265건의 부당청구를 적발해 48억 1390만원을 환수했다.
5년간 수진자조회를 위해 투입한 비용이 25억 3215만원이어서 22억 8177만원의 효과를 봤다는 게 공단의 평가지만 의료계는 그만큼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진자조회 논란은 얼마전 민주통합당 최동익 의원이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최 의원은 개정안에 '건강보험공단이 보험급여를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보험급여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확인을 할 수 있으며,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요양기관에서 받은 보험급여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수진자조회의 법적 근거 시비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한편 시대 상황에 맞게 수진자조회 방향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은 "과거 수진자조회는 부당청구를 적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면서 "이제 이같은 잘못된 관행이 많이 개선된 만큼 수진자조회를 최소화하고 부당청구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