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간호사 채용을 자제해 달라."
얼마 전, 조상균 분당제생병원장이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간호사 채용을 재고해줄 것을 부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실제 채용한 간호사 수는 400여명. 이 때문에 분당제생병원 측은 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조상균 병원장은 왜 정진엽 병원장에게 전화를 한 것일까.
분당서울대병원은 오는 3월, 430병상 규모의 암병원·뇌신경병원을 개원한다. 신관 증축에 따라 신규 인력을 충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간호인력이 대거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연락을 취한 것이다.
병원계에서 대형병원이 개원하거나 증축할 때마다 간호인력이 대이동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개원하는 병원 입장에서 간호사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상대 병원 측은 인력이 빠져나갈 때마다 다시 채워야하는 고통이 반복되고 있다.
조 병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뇌신경병원 개원을 앞두고 이와 같은 상황은 발생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신관 증축에 따라 신규로 채용한 간호인력이 워낙 많다보니 신입 간호사로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또한 암병원·뇌신경병원 특성상 간호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신입 간호사 보다는 경력직 간호사가 선호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조상균 병원장은 "매번 대학병원이 개원하거나 증축할 때마다 간호사 이탈현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인근이라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호사들의 지원을 막을 수는 없지만 상대 병원에서 인력을 채용할 때 조금이나마 고려해 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간호사를 채용해야하는 병원 측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진엽 병원장은 "앞서 연락을 받은 것도 있지만, 도의적으로도 인근 병원 출신 간호사를 채용할 때 감안했다"면서 "실제로 인근 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오히려 지방 대학병원에서 많이 채용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하지만 반대로 인근 병원 출신 간호사가 왜 우리를 차별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면 할 말이 없다"면서 "결국 인력 채용은 막아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