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포화상태에서 좋은 입지와 나쁜 입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좋은 개원입지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배후 세대가 많고 유동 인구가 풍부한 소위 '알짜 입지'는 모두 병의원이 들어선 상태라는 소리다.
하지만 무엇이 좋은 입지인지, 나쁜 입지에 대한 최소한의 안목을 갖추지 않는 한 개원은 모래 위에 성 쌓기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여러 의사 선배들의 조언이다.
병의원 부동산 관련 전문가와 함께 알려지지 않은 틈새 입지와 피해야 할 입지에 대해 짚어봤다.
업무 지구, 대형 빌딩 입점을 노려라
골든와이즈닥터스 장영진 팀장은 보험, 비보험과를 불문하고 도심 재개발이 이뤄진 업무지구 입점을 노려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강남 테헤란로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업무지구 빌딩에서는 많은 병의원이 들어선 상태. 하지만 강북을 중심으로 재개발이 끝난 지역의 경우 병의원 입점시 누릴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존재하고 있다.
업무지구에 속한 빌딩에 개원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장 팀장은 "업무지구는 대부분 30~50대의 사람들이 직장을 가지고 하루 반나절을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인구 밀집도가 높고 노인과 소아의 비율이 적어 타겟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 빌딩에 입점하면 연면적 2만~5만평에 이르는 빌딩 공간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건물 안에 입주한 병의원을 찾게 된다는 것. 게다가 제한된 연령층과 장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다.
장 팀장은 "마케팅의 경우 빌딩 인근의 지하철 안내방송이나 빌딩 입구에 광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업무 시간에 맞춰 진료를 하기 때문에 주 5일 진료가 가능해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빌딩 입점만 하게 되면 동일 진료과나 비슷한 타과의 경쟁도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빌딩 건물주가 병의원보다 식당이나 의료 쇼핑몰 입점 등을 선호해 동일 진료과 등의 중복 입점을 웬만해서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을지로입구역과 상암동 업무지구, 판교·광교 테크노밸리는 최근 주요 개원 입지로 부상하고 있다.
상당동 업무지구는 벌써 여러 진료과목이 들어와 있는 상태. 하지만 을지로입구역 지하 상가를 통해 연결된 센터원 빌딩, 페럼 타워, SK빌딩 등은 각각 연면적 3만~5만평을 자랑하지만 수요를 충당할 만큼 병의원이 들어서지는 않았다.
장 팀장은 "을지로 지역은 빌딩 안에 병의원이 없고 대부분 지하 상가내 입점한 병의원이 있을 뿐"이라면서 "기존 역세권의 치열한 경쟁보다 수월하게 명확한 포지셔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물론 업무지구 내 개원은 단점도 있다. 입점이 쉽지 않고 임대료가 40~50평 기준으로 1천만원, 관리료 역시 1평당 3만원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것.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특화 진료를 통해 포지셔닝만 잘 한다면 '경쟁을 통한 독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인구 동선·지역 변화 예상되는 곳, 피하라"
경쟁이 치열하거나 이미 많은 병의원이 들어선 곳 외에 피해야 될 개원 입지는 어디일까.
장영진 팀장은 '지역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신중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지역 변화가 생기는 곳은 인구의 이동이 뒤따르게 되고, 인구의 동선과 상권도 같이 변화된다.
재개발과 재건축 지역에 개원했다가는 예상치 못하게 2~3년간 장기간에 걸쳐 환자 감소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장 팀장은 "이미 강북을 중심으로 왕십리 뉴타운 등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많은 병의원이 벌써 다른 곳으로 떠났다"면서 "남아있는 의료기관도 환자 수 감소를 이기지 못해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변화가 빠른 곳은 일단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것. 싼 개원 자리가 나온다고 해도 재개발 지역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 팀장은 "일부 의사들은 재건축이 끝나면 환자가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에 계속 버틴다"면서 "하지만 이는 오산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건축이 끝난다고 해도 아파트 안에 새로 들어선 상가 건물 병의원으로 환자가 쏠리지 기존의 병의원으로 환자가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