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방위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 평가 업무 이양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심평원이 근거자료를 들고 사실상 맞대응에 나섰다.
심평원은 지난해 심사, 평가, 사후관리 활동으로 2조 15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냈다고 13일 발표했다.
재정절감 분석은 서울대 김진현 교수가 맡았다. 김진현 교수는 연도별 청구진료비 내역을 중심으로 사전예방 7개항목, 심사조정, 사후관리 9개 항목에 대해 검토했다.
분석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평원은 사전예방 5422억원, 심사 3486억원, 사후관리 1조2544억원을 절감해 총 2조1452억원의 재정을 아꼈다.
심평원은 이 중 심사, 사후관리로 총 4213억원을 환수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전산, 인력심사 등 심사조정으로 인한 삭감액.
심평원 김두식 기획조정실장은 "지난해 심사조정은 14억 2000만건이 들어왔다. 전산심사를 확대하고 선별집중심사를 하는 등 심사를 선택과 집중으로 한 결과 3486억원을 환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심사가 완료된 내용에 대해서 재검토 하는 심사 사후관리로는 423억원을 절감했다. 사후관리는 지난해 33개 항목을 개발해서 총 61개 항목에 대해서 이뤄졌다.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한 비용개선으로도 376억원의 재정절감효과를 봤으며, 선별집중심사 사전예고 개선효과로 365억원을 아꼈다.
이번 심평원 경영실적에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 현지조사 등도 포함시켰다.
영상장비 수가인하로 인한 수가개선으로 559억, 약가인하로 7420억원,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를 통한 약제비 관리로 452억원을 절감했다.
보건복지부의 권한인 현지조사를 통해서는 부당금액으로 200억원, 과징금으로 423억원을 절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두식 실장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 업무범위가 다를 수 있다. 현지조사도 엄밀히 말하면 복지부 업무지만 심평원 직원 140여명이 현지조사를 위해서 1년동안 활동한다. 복지부만의 실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두식 실장 "공단 주장에 대한 이야기 하지 않겠다" 단언
이번 심평원의 분석 결과는 공단이 예측한 내용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심평원이 심사평가 업무로 인한 삭감액은 25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공단 부담금 1800억원을 놓고보면 재정절감 효과가 7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심평원의 이번 발표는 공단의 분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심평원은 경영성과를 문서로만 발표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공식 브리핑 자리를 가진 점도 공단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김두식 실장은 브리핑에 앞서 "시기적으로 매년 나오는 사업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라며 "시기적으로 공단이 여러가지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