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영문 명칭을 놓고 벌인 법정 싸움에 대해 재판부가 다시 한번 한의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한의협이 'Korean Medicine'이 들어간 영문 명칭으로 변경한다 해도 의협과 업무 상 혼동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이기택 판사)는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고한 '한의사협회 영문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해 의협은 한의협이 변경하고자 하는 영문명칭 'The Association of Korean Medicine(AKOM)'이 의협의 'Korean Medical Association(KMA)'와 오인 또는 혼동의 우려가 있다며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의협이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상법 규정을 근거로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한의협은 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의협의 영문명칭을 상호라고 볼 수 없다"며 한의협의 손을 들어줬다.
또 한의협의 명칭변경은 영업주체의 혼동 행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 역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이번 기각 판결과 관련해 "한의협의 변경된 영문명칭으로 인해 영업의 혼동이 초래되고 있다거나 위험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세부적으로 서양의학과 한의학으로 구별되고 사업의 형식, 내용 및 대상도 대부분 전문 의료인이나 관련 기업 등에 한정돼 있어서 의협과 한의협의 활동이나 사업이 환자를 둘러싼 경합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양 협회의 영문 명칭 사이에 객관적인 유사성이 있다거나 영업주체를 혼동시킬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명칭 변경은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의협은 한의협에게 영업주체 혼동행위 금지청구권도 가지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김정곤 한의협 회장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협회와 한의학의 이미지와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새로운 영문명칭을 적극 사용하고 홍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의협은 영문명칭이 변경됨에 따라 한의학 관련 표현 영문명칭도 ▲한의학 Korean Medicine(KM) ▲한의사 Korean Medicine Doctor M.D.(KMD)·Doctor of Korean Medicine M.D.(DKM) ▲한의원 Korean Medicine Clinic ▲한의과대학 University(College) of Korean Medicine 등으로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