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부터 진료 및 처방 의사의 실명과 면허번호 기재를 의무화하는 청구실명제를 강행할 것으로 보여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요양급여 비용청구명세서에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의 면허종류와 면허번호를 기재하는 '요양급여비용 청구방법, 심사청구서·명세서식 및 작성요령' 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요양기관 대표자 명의로 이뤄져 의사 1인이 근무하는 의원급을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의 실제 진료한 의료인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게 복지부의 개정 이유이다.
고시안의 주요내용은 요양기관의 비용청구서 작성시 상병내역과 진료 및 조제투약 내역에 해당 의료인의 실명과 면허종류, 면허번호 기재를 의무화한 것이다.
상병 내역에는 의과와 치과, 한방, 보건소에서 주상병 명을 진료한 진료과목 의사 1인과 약국에서 조제, 투약한 약사 1인을 기재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외래환자 진찰료를 1회 이상 산정하는 경우 각각 진찰 의료인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의 경우 초빙된 시술 전문의를 명시하도록 했다.
또한 내시경적 상부소화관 종양수술 및 결장경하종양수술의 내시경적 점막하박리 절제술(ESD)을 전액 본인 부담하는 경우에도 시술의사를 기재해야 한다.
조제기본료를 1회 이상 산정할 때 역시 각각의 해당 약사를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지난해부터 복지부의 청구실명제 추진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지속해왔다.
의협과 병협은 지난해 청구실명제를 입법예고할 당시 의사별 진료경향 파악과 전문의 가산수가 심사, 차등수가제 도입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의사의 진료권 침해와 진료를 규격화하는 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복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학적 타당성에 근거한 소신진료보다 의사별 요양급여 비용과 삭감률, 환자 수 등 단편적 통계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모든 의료기관을 부당한 집단으로 매도해 의사와 환자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고시 개정에 따른 요양기관의 추가 절차와 행정적 부담을 감안해 입원 및 외래진료에 우선적으로 청구실명제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산청구 시스템 보완과 의료인 등 추가적인 인력현황 신고를 고려해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면서 "비용청구의 행위주체자의 책임성을 높이는 한편, 청구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