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억대의 거액을 대출받으려니 '과연 내 이름으로 큰 돈을 대출받을 수 있을까, 만약 개원했는데 못 갚게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 위축됐다.
개원 입지를 찾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선배 개원의사들의 노하우를 귀동냥했다.
몇년 전 엔화 대출을 받았다가 크게 손해봤다는 선배는 제1금융권에서 안정적인 대출상품을 권했고, 무리하게 대출액수를 크게 받았다가 상환할 여력이 되지 않아 고생한 선배는 일단 신규 개원할 땐 최소한으로 대출액을 줄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선배는 대출받으러 갈 때 위축될 필요 없다며 자신있게 우대 금리 등 할인 혜택을 요구하라고 했지만 불안감은 떨치기 힘들었다.
특히 이 공보의를 가장 불안하게 한 것은 '현재 내 신용등급에서 대출 한도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더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그는 먼저 금리와 대출 한도부터 확인해보기 위해 선배 개원의에게 각 은행별 닥터론 담당자를 소개받았다. 그중에서도 선배들이 상담받았던 직원 중에 친절하고 믿을 만하다고 추천한 직원의 명함만 추렸다.
그는 공보의 근무지가 지방인 관계로 일단 전화로 충분히 상담한 이후에 서류작성은 은행 직원이 근무지까지 찾아와서 진행했다.
일단 A은행 의사대출 담당자는 신용등급에 큰 문제가 없는 한 금리는 4.8%이며 최대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난한 조건이었다.
이어 B은행에선 3월 현재 금리는 4.8~4.9%이며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B은행 담당자는 일반의,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대출조건이 까다롭지만 이비인후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C은행 의사대출 상담을 받았다. 대출 한도는 3억 5천만원에서 4억 5천만원까지 가능했지만 금리는 철저하게 신용도를 평가해 4.8%부터 차등적용되는 듯 했다.
A, B, C 은행 모두 사업자용 계좌로 해당 은행계좌를 사용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현재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 가능한도를 확인해 본 결과 A은행은 4억원까지, B은행은 3억원까지, C은행은 3억 5천만원까지 가능했다. 이 정도면 단독 개원으로 이비인후과의원을 준비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다.
이 공보의는 바로 상환방식에 대해 물었다.
A은행은 만기일시 상환방식을 추천했다. 일정기간은 이자만 납부하다가 한번에 원금을 갚는 식이었다. 5년이 지나면 자동연장이 되고, 1년마다 병원경영상태에 따라 금리 재평가를 통해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는 식이었다.
B은행은 만기일시 상환방식과 함께 5년간 이자를 지불하면서 원금 100%를 상환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C은행은 5년 상환으로 하되 대출 직후 11개월까지는 이자만 납부하고, 나머지 49개월간 대출금을 상환해나가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대출액의 50%만 상환하는 것도 가능하고, 5년이후에 연장할 수 있었다.
일단 금리와 상환방식을 확인한 이 공보의는 고민에 빠졌다. 한번 대출을 받으면 적어도 3~5년 혹은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욱 신중해졌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개원을 하려면 약 3억~3억 5천만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앞서 알아본 상가 보증금이 1억원이고, 인테리어를 하는데 최소한으로 잡아도 35평 규모에 5천만원은 필요해보였다. 여기에 내시경, 수술기구 등 의료장비 1억원까지 합치면 2억 5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게다가 개원시장이 악화됐기 때문에 개원 후 길게는 1~2년까지 버틸 수 있는 운영자금을 사전에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도 반영해 총 3억 5천만원(마이너스통장 1억원 포함)을 대출받기로 했다.
"대출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됐는데 공보의를 시작하면서 1억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둔 게 대출한도에 영향을 미쳤다. 개원 이후에도 현금이 필요할 때 용이하지만 그 전부터 굳이 필요없는데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보의는 다시 주변 선배 개원의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결혼 전이라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사실 동료 공보의 중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0만원 안팎의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야하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즉, 그만큼 대출 가능 액수가 적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만약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가장이었다면 불안감은 물론이고 절박함이 몇배 더 컸을꺼다."
이쯤해서 개원 후 고정 지출 목록표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일단 월 임차료 400만원, 인건비로 200만~300만원, 의료기기 리스 및 대출로 350만원, 기타 잡비 100만원씩 잡을 경우 적어도 매달 1150만원의 지출이 예상됐다.
그리고 개원 후 최소 6개월 정도 환자가 없을 것을 대비해 현금 6천만원 정도는 확보해둘 필요가 있었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1년치의 운영비를 미리 마련해 두려니 대출액 규모나 커져서 그 또한 부담스러웠다. 이를 절충해서 6개월치 운영비만 준비하기로 했다."
이 공보의는 다시 A, B, C은행 중 어디로 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A은행은 신용도에 상관없이 4.8%의 대출금리를 보장해준다고 했지만 '자동연장'이 마음에 걸렸다. '자동연장'은 '변동금리'와 달리 매년 금리를 재평가하는데 혹시라도 병원경영 상태가 안좋아지면 신용등급에 반영해 금리인상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공보의는 5년 자동연장 상환방식을 택했다가 개원 2년째 병원 경영이 안좋아지자 금리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갑자기 금리가 인상돼 결국 다른 대출로 갈아탔다는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상담을 받아보니 변동금리는 인상돼 봐야 0.1~0.4%수준이지만 자동연장은 병원이 적자경영을 하게되면 0.5%이상 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고 하더라. 첫 개원이라 불안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안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단 A은행은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B은행도 괜찮았지만 5년간 원금 100%를 갚아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요즘 개원시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5년 내에 100%를 상환하지 못했을 경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김OO 선배 개원의는 한 때 자신감에 넘쳐서 1년 만기일시 상환방식을 섣불리 선택했다가 급하게 다른 대출로 갈아타느라 속을 썩었다는 선배 개원의는 상환시점이 5년이상 연장되는 상품을 선택하라고 귀띔했다.
이 공보의는 심사숙고 끝에 C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개원 준비를 하는데 또 하나의 과제를 해결했다. 한편으론 간단한 일이지만, 처음 접하는 것이라 생소하고 어려웠다. 혹시라도 개원 이후에 대출 때문에 속 썩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의사대출 전문가가 말하는 대출시 주의점]
1. 신용조회 함부로 하지 마라
= 신용조회 방법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대출을 받기 전에 검증되지 않은 금융권에서 신용도를 조회하는 것은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반은행에서 신용도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사이트. 개인이 가입할 경우 연회비 1만원이면 수시로 자신의 신용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신용대출 받기 전에 자신의 신용도를 조회해 볼 수 있다. 또한 개원 이후에도 수시로 확인하면서 자신의 신용도를 관리하기에 용이한 사이트이다. 조회 횟수가 더라도 신용횟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 현금서비스 & 카드론 가볍게 여기지 마라
현금서비스 혹은 카드론 서비스는 가능한 안 받는 게 좋다. 1만~100만원 이하의 소액을 인출해서 쓰고 몇일 후 바로 입금하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오산. 기록이 남아서 신용도를 낮게하는 요인이 되고, 적어도 몇개월 간 기록이 남는다. 개원 1년 전에는 특히 주의하는 게 좋다.
3. 의료기기 리스는 하나로 묶어라
개원의 특히 신규개원의는 의료기기를 리스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리스 또한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과 리스를 함께 진행한다면 일단 대출부터 받고 리스를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
또한 의료장비를 2개 이상 구입하는 경우 A의료기기는 A'업체에서 B의료기기는 B'업체에서 리스로 구입한다고 해도 이를 한건으로 묶어서 진행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각각 진행하면 그만큼 이자에 대한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 금융권에서는 업체가 서로 달라도 이를 통합해서 대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