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일주일이 우리 아이들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서남의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똘똘 뭉쳤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10년 이상 되지 않았던 서남의대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폐교가 답'이라는 것이다.
9일 대전에서 열린 '서남의대 재학생 학부모 모임'에는 30여명의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모여 교육과학기술부의 처분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재학생 학부모 명단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으로 알려져 모인 것이다.
"학교 기숙사를 들어서는 순간 기절초풍할 뻔 했다. 서남의대에 대해 말하고 싶은 사람은 가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부모가 돼 가지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예과 1학년 학생의 어머니는 결국 "아이들이 너무 안됐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다른 학부모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는 "정상화를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발벗고 나서겠다. 할 수가 없는 상태인데 왜 자꾸 정상화를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회는 지난 8일 서남의대 사태 해결 방안에 관한 주장을 담은 광고를 한 일간지에 게재하고, 학부모 의견 전달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앞선 4일 교과부가 감사결과에 대한 서남의대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신문광고 결정부터 광고 게재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일. 광고를 위해 진행된 이틀간의 모금운동에도 1100만원이라는 큰 돈이 모였다.
서명운동에도 일주일 사이 147명이 참여했다.
이는 한 학년당 학생이 약 5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예과 1, 2학년과 본과 1, 2학년 학부모 절반 이상이 참여한 셈이다. 본과 3, 4학년 학부모의 참여는 없다고 할 정도로 극히 저조했다.
"의사 자격증 가지고 세상 사는 시대 지났다"
개원의라고 밝힌 예과 1학년 학생의 아버지는 의사사회의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며 의견을 내지 않고 있는 학부모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서남의대는 현재 학교가 존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학점 인정이 안될 정도로 교육 커리큘럼이 부족하다. 인증도 받지 못한 대학에서 졸업 인정받아 국가시험 통과해도 겹겹히 쌓여있는 것을 잘 뚫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인증 대학 출신이 와서 수련을 받겠다고 하면 교수들 시선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서남의대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있는데 굳이 졸업해서 의사사회 편입한들 정당한 대접을 받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부 학부형, 특히 본과 4학년 학부형은 마치 남의 일처럼 강 건너 불보듯 한다. 의사 자격증 가지고 세상 사는 시대는 지나갔다. 폐교 여부가 결정되는 앞으로 일주일간 어느 때보다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사회에서 인식하고 있는 전주 예수병원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예수병원은 서남의대와 협약을 체결하고 임상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예수병원이라고 하면 보통 나이가 60세가 넘어 현역에서 은퇴하고, 봉사하고 싶은 사람이 선호하는 기독교 재단의 병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본과 3학년 학생의 아버지도 서남의대 임상실습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 학생들은 실습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경험하고 체험한 환자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책으로 외운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바로 잊어버린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학교폐쇄계고 단계까지 가면 방향을 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길어야 1~2주다. 이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남대 정상화 방안 성공할 수 없는 것"
또 다른 학부모 역시 "학생들은 부모 말보다 선배를 믿는다. 선배가 중심으로 이뤄진 비상대책위원회가 학교 정상화에 찬성하냐고 물으면 당연히 찬성하지 어떤 정상화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예과 2학년 딸을 두고 있다는 아버지도 "일부 급진적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폐과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지만 서남대가 내놓은 정상화 방안은 성공할 수 없는 안"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일부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일 처음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모였을 때 23명을 대상으로 폐과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0%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부모회는 서남의대 폐과를 위한 서명운동을 계속 진행하면서도 먼저 모인 서명운동 결과를 빠른 시일 안에 교과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교과부, 국회 등에서 서남대 폐쇄를 위한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