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더이상 못 참겠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힌 대학을 나와 주눅 들며 지내야 합니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했다. 곤경에 빠진(?) 자녀를 구하기 위해 부모가 직접 행동에 나선 것.
서남의대 재학생 학부모 20여명은 13일 서울 종합정부청사에서 서남의대 폐교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서남수 신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모인 학부모들은 모든 과정에서 서툴렀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이들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들의 손에는 학부모 입장을 담은 탄원서, 서남의대 폐교를 찬성하는 170명의 자필 서명이 들려있었다.
신임 교과부 장관과의 면담 요청을 위한 단체행동은 처음부터 '좌충우돌'이었다.
청사 안내실에 있는 전화기로 장관 비서실을 통해 면담을 요청했다. 혹시나 장관에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30분마다 한번씩 비서실로 전화했다.
학부모회 본과 3, 4학년 대표를 맡고 있는 A씨는 "이틀 전 인터넷으로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장관과의 면담 요청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서두르게 된 이유는 서남의대 폐쇄에 대한 교과부의 결정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서남대가 감사에서 지적받은 13개 항목을 오는 18일까지 이행하지 않았을 때 내려질 수 있는 '학교 폐쇄계고' 결정이 이달 중 나온다.
장관 비서실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결의문을 낭독했다.
집회 신고를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며 단체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예과 1학년 딸을 둔 어머니는 대표로 결의문을 읽어 내려갔다. A4 용지 한장 분량의 결의문을 읽으면서 그의 목소리는 점차 고조됐다.
마지막 한 줄, "서남의대 폐과를 반대한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즉시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그 순간 20여명의 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사퇴하라"며 합창했다. 즉시 청사 주변에 있는 경찰들이 주의를 줬다.
장관은 아니지만 사립대제도과, 대학선진과 사무관 2명이 학부모를 만나기 위해 내려왔다.
사립대제도과 관계자는 "장관은 일정 때문에 만날 수 없다. 장관을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신해서 충분히 전해 듣고 꼭 전달하겠다"고 설득했다.
약 40분간의 대화 끝에 들을 수 있던 교과부의 답변은 원론적이었다.
서남대의 감사결과 이행 여부에 따라 오는 20일 1차 시정요구를 하고, 20일간의 유예기간을 준 후 2차 시정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4월 초까지는 폐교 여부가 결정 난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렸던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교과부가 밝혔던 예상일정과 일치한다.
학부모들은 "2013년을 살고 있는 학생들이 1960년대 만도 못한 시설에서 공부하고 있다. 부속병원이 없어 동냥교육, 떠돌이 교육을 받고 있다. 부실사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1, 2년의 시간으로는 불가능하다. 폐교만이 해결책이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툴지만 분명하게 목소리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