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취임식을 통해 천연물신약과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불과 2주전 노환규 의협 회장과 대화를 통해 그간 쌓인 오해를 풀겠다는 태도는 온데 간데 없고 취임식 내내 '양의사'라는 표현으로 의사들을 폄훼하기 바빴다는 지적이다.
3일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은 "한의학의 정체성을 전면 부인함으로써 한의학을 살리겠다는 한의협 신임 회장의 역설적인 망언을 지켜보면서 허탈한 마음과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일부 몰지각한 양의사들이 근거없고 감정적인 발언들로 한의사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의사들의 행태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이 유태인을 학살이나 100여년 전 일본인의 한국인 학대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 부분.
전의총은 "한의협 회장은 일부 의사들의 주장을 '증오범죄'에 비유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의료법에 엄연히 명시된 '의사'라는 용어를 쓰지않고 연설내내 '양의사'라고 폄훼한 것 자체가 나찌의 증오범죄에 버금 간다"고 꼬집었다.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과 천연물신약의 발암물질 검출 논란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전의총은 "김 회장은 자동차 타이어 상태 점검이나 가축병원에서도 X레이, CT, MRI 등을 사용한다고 하면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애처롭게 구걸했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지 음양오행과 기혈 따위의 비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이어 "천연물신약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자 해당 의약품을 전량 회수,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검출된 발암물질이 한약원료로부터 자연적으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한약재도 수거해 똑같이 검사해 보자"고 주장했다.
한약재에 포함된 발암물질 외에도 조제 한약에서 온갖 중금속과 잔류 농약까지 검출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한약재도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전의총은 "한의협 신임 회장의 이러한 인식대로라면 앞으로 한의학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지고 한약재에 의한 국민건강의 폐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면서 "현대 진단장비 사용의 합법화에 대한 헛된 망상을 접고, 한약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전념을 다하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