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학협력단을 구성하며 의료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구센터를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주목된다.
과거 국책과제에 의존했던 연구환경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세브란스병원의 의지다.
이철 연세의료원장은 9일 "국내 제약사 전체 매출을 합쳐도 다국적 제약사 한 곳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제약사들을 견인하며 산학협력의 선봉에 서겠다"고 밝혔다.
그 전초 기지의 역할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vison Biomedical Research Center, ABMRC)가 맡는다.
의료산업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만큼 세브란스병원은 ABMRC에 1천억원이 넘는 자본을 들여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설로 설립했다.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40,229㎡의 규모로 설립된 ABMRC는 소형동물 케이지(cage) 7,500여 개, 중대형동물 케이지 284개, 6개의 수술실, 동물이미징센터, BSL-3(Bio Safety Level-3) 등을 갖췄다.
또한 지하 4층에 설치되는 동물이미징센터에는 9.4T의 Animal MRI, Hyperpolarization, Micro-CT 및 Optical in vivo imaging 등 첨단 영상장비가 도입됐다.
특히 개, 돼지, 원숭이 등 동물실험이 가능한 수술실도 6개나 된다.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에 대한 실험이 가능한 곳은 국내에서 ABMRC가 유일하다.
이러한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도 대폭 개선했다. 다학제 연구를 유도하기 위해 센터와 연구팀 체제로 직제를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
기초임상중개연구, 융합⋅협력연구, 팀 리서치(Team Research)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이미 ABMRC는 뇌심혈관질환융합연구사업단(SIRIC), 생체방어연구센터(SRC), 대사질환유전체통합연구센터(MRC), 위암․구강암 연구센터, 중계유전체연구센터, 줄기세포연구센터 등 4개 대형연구센터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끌어갈 석학들도 대거 영입했다. 의대 의생명과학부 ‘유일한 석좌교수’로 임용된 이서구, 백순명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ABMRC를 이끄는 이서구 원장은 항산화 단백질인 퍼옥시레독신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으며 3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 연구자다.
또한 백순명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권위있는 병리학자로 2010년 유방암 연구분야에서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코멘브린커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철 의료원장은 "연구자와 제약사, 의료기기사업체가 직접적으로 연계돼 연구가 바로 제품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ABMRC를 산학협력의 대표 모델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