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담요와 소형 전기장판, 찻 잔 그리고 겨울 파카와 가지런히 벗어놓은 한 켤레 신발.'
국회 본청에서 단식 농성 중인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을 찾아간 9일 기자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이다.
김용익 의원은 이날 '메디칼타임즈' 기자가 방문하자 "뭐 하러 왔어요"라는 농을 건네며 반갑게 손을 잡았다.
김 의원은 진주의료원 휴업조치가 내려진 지난 4일 오후부터 홍준표 경남 도지사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엿새째(6일) 기력이 쇠약해진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김용익 의원은 "아직 견딜 만하다"면서 "단식에 들어간 지 며칠이 지나니까 배고픔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졌다"며 엷은 미소로 답했다.
그의 단식농성 결정은 당일까지 최측근인 보좌진도 전혀 알지 못했다.
김용익 의원은 "홍준표 도지사가 꿈쩍도 안하는데,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 단식농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본청이 열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본회의장 계단 옆 한 켠에 위치한 농성장에서, 야간에는 국회의원 회관 자신의 방에 간이침대를 놓고 귀거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익 의원은 "단식 농성 하면 쉴 줄 알았는데, 방문객이 끊이질 않아 낮잠 한잠 못 잤다"고 우스갯소리를 전하면서 "직능과 직종은 다르지만 건강을 염려해준 많은 분들께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단식농성장 방문 후 진주의료원 현장에 내려가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이날 하루에만 여야 동료 의원들과 차흥봉 전 복지부장관, 김 의원 제자인 울산의대 교수, 보건의료단체 관계자 등 30여명이 방문했다.
집에서 걱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당연히 걱정하지"라며 웃으며 짧게 답변했다.
그의 부인은 전날(8일) 단식농성 중인 김 의원을 찾아와 말 없이 눈물을 흘리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익 의원은 "진주의료원 사태가 터지게 전에 지방의료원 문제를 개선했어야 하는데 이를 못한 게 아쉽다"면서 "다행히, 여당과 경남도의회에서 개선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과 경남 의회, 개선 움직임 감지되고 있다"
김 의원은 이어 "본청에 앉아 있으니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다"면서 "내가 왜 국회의원이 됐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보건의료에 대한 신념이 바뀐 게 아니다"라고 말하고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해야 신뢰와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의원은 "홍 지사가 변할 때까지 나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아무 생각이 안 난다"며 진주의료원 파업 철회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 의원은 "말을 계속하기가 어렵다. 이쯤에서 끝내줬으면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작년 이맘 때 국회의원 당선 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연구실에서 '메디칼타임즈'와 가진 첫 인터뷰에서 장시간 동안 열변을 토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김용익 의원은 10일 오전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한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12일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을, 같은 날 경남도의회는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조례 개정안을 각각 상정,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