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볼 환자를 생각해서 일어날겁니다. 하지만 눈이 감기고 머리가 몽롱해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들의 열악한 실상을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여론 몰이에 나서 주목된다.
복지부와 병원협회가 근무시간 상한제 등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관계자는 11일 "최근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수련병원에 배포했다"면서 "실상을 알려 이에 대한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배포된 포스터는 병원에서 졸고 있는 전공의를 핸드폰 배터리에 합성해 방전 상태를 표현했다.
또한 '병동에서, 외래에서, 수술실에서 저를 계속 찾네요. 어제도 잠을 제대로 못잤습니다. 잠깐만 눈 좀 붙이면 안될까요?'라는 문구를 삽입해 열악한 수련환경을 토로했다.
아울러 '그래도 제가 돌볼 환자를 생각해서 일어날 겁니다. 친절하게 설명도 하겠지만 자꾸 눈이 감기고 머리가 몽롱하네요.'라는 표현으로 동정심에 호소했다.
전공의들이 계속되는 과로로 정상적인 진료가 힘들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 포스터 말미에는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며 제대로 된 근로기준과 당직비도 없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열악한 수련환경과 처우개선은 정부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협이 이처럼 강한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한 것은 복지부와 병협에 대한 압박카드로 풀이된다.
주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를 법제화 하는데 대해 병협이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PA를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나오는 등 대전협이 원하는 방향과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론을 움직여 이번 기회에 근무시간 상한제 등을 완전히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대전협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들이 전공의들의 이같은 실상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련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뜻"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