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소집해제로 개원 예정의 신분이 된 이영훈 씨(34·가명)가 직원 채용에 나선 지 3주째 접어들었다. 하지만 성과는 없고 불안감만 높아졌다.
급한데로 주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로 했다. 운만 좋으면 직원을 소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선배를 만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개원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녹록치 않다는 사실만 재확인했다.
"솔직히 개원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에 대해 후회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이번에 나와 함께 소집해제된 공보의 중에는 벌써부터 봉직의로 근무를 시작한 동료도 있다. 괜히 더 불안하다."
이영훈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앞서 선배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가 선배에게 들은 내용은 이랬다.
개원 5년차 선배 개원의는 퇴직한 직원이 노동부에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신고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직원이고 퇴사할 때에도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 신경도 안썼는데 어느날 노동부에서 민원 접수가 들어왔다며 연락이 온 것이다. 결국 그 선배는 연장근무 수당을 물어줬다.
또 다른 선배 개원의는 오히려 그를 붙잡고 요즘 간호 직원을 모시고 산다고 하소연했다.
한번은 아침에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않아 환자들이 문 밖에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직원 중 한명은 집안에 일로 몇일 전부터 지방에 내려갔고, 나머지 한명마저 출근을 하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 개원의는 하는 수 없이 직접 병원 문을 열어 환자 진료를 시작했고, 한시간 쯤 흐른 후 '아파서 출근할 수 없다'는 직원의 문자를 받았다.
그 선배 개원의는 당장 마땅한 직원을 구하지 못해 버티고 있다고 했다.
또한 4년 전 피부과로 개원한 선배는 얼마 전 직원 채용이 어려워 간호학원에 직접 전화를 건 사연을 전했다.
간호학원 관계자는 아직은 자격증이 없지만 조만간 자격증을 취득할 예정인데 우선 채용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 편법적인 채용이 이뤄지기 직전이었다.
"그 선배는 고민하다가 결국 채용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인력은 없고 상황이 급하면 그렇게라도 채용을 하게 되지 않겠나.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이영훈 씨는 눈을 낮추기로 마음 먹었다. '누구든 와주면 감사하다'라는 선배의 말이 머릿 속에서 맴돌았다.
게다가 마지막 만난 선배 개원의의 현실적인 충고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솔직히 간호인력도 신규 개원의는 꺼린다. 처음 개원하면 할일도 많고 병원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불안정하지 않나. 그래서 간호인력 특히 경력직을 채용하려면 눈을 낮춰야 한다. 또 임금을 높게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는 고민 끝에 직원 채용공고 내용을 수정했다. 연봉수준은 월 130만원에서 월 150만원으로 올리고 나이 제한도 없앴다.
몇일 후, 그는 드디어 애타게 찾던 직원을 채용에 성공했다. 올해 42세 기혼으로 9년차 경력의 간호조무사였다. 결혼 후 출산 및 육아로 꽤 오랜 시간 휴직하다가 얼마 전부터 일을 다시 시작한 직원이었다.
"저한테 임금 월 20만원 인상은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이다. 벌써부터 인건비 부담이 밀려온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일단 경력직을 채용했다는 것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