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전 의협 집행부에 대한 특별 회계감사 결과 그간 협회 예산을 얼마나 엉망으로 집행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의협 대의원회 산하 '2011 회계감사 특별위원회'가 28일 정기대의원총회에 보고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만호 집행부는 대외사업추진비를 그야말로 쓰듯 했다. 한해 2억 5천여만원을 집행하면서 상세내역이 전무했다.
모 전문위원은 1박 2일 출장비로 교통비 11만원, 일비 10만원, 숙박비 15만원, 식비 5만원 등 합계 41만원을 사용하고, 전복집에서 오후 11시 59분 76만원, 다음날 0시 11분 65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실제 카드 사용장소는 전복집이 아닌 노래방 또는 단란주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석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의 카드매출전표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참석자 명단도, 사용내역도 기술하지 않았고, 이런 가짜 영수증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니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판공비나 정보활동비, 교통비 등도 편법으로 지출했다. 상품권 1300만원 어치, 닥스 시계 및 닥스 넥타이 1900만원 어치 등을 대량 구입했지만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감사들의 판단이다.
예산 집행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골프장이나 유흥주점, 일식집 등에도 회비를 남발했다. 더욱이 경만호 집행부는 회비 납부율이 사상 최악인 60.8% 였고, 25억 당기 적자를 냈지만 회원들의 피 같은 회비를 이런 식으로 마구 사용했다.
이에 따라 의협 대의원회는 집행부로 하여금 경만호 전 집행부가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유용한 의혹이 있는 돈을 전부 환수하라고 결의했다.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경만호 회장의 회비 유용 문제를 제기한 노환규 회장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다. 대의원회 감사단은 "2020년도 회무를 감사한 결과 노환규 회장이 대외사업추진비로 사용한 50만원 이상 법인카드 결재내역은 구체적인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집행부에서 회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증빙이 미흡하거나 결여된 법인카드 사용을 자발적으로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이제 회무 투명성 확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일 뿐 아니라 의사 회원들의 요구다. 의협 집행부는 다시는 이런 불행한 환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고, 회원들의 신뢰를 쌓는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