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고 호소하는 의사들을 종종 만난다.
아직도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꽃샘추위가 반짝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반의료계 정책의 매서운 추위도 한몫하는 것 같다.
작년 말부터 의료계에 몰아친 정책 강풍에 눈코 뜰새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기대감을 모았던 토요일 가산제 불발뿐 아니라 의료계의 옥상옥 규제라는 우려를 낳은 차트법 통과, 리베이트 가중 처벌법안 발의에 이어 최근에는 복지부 산하에 면허관리위를 신설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국세청은 한술 더 떠 7억 5천만원 기준의 성실신고확인제의 대상을 5억원으로 낮추고 포상금 제도도 파격적으로 확대하는 안까지 밝혔다.
그야말로 몰아치는 광풍이다.
얼마 전 초음파 급여화의 목록 정비사업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생존이 걸렸다"는 말로 정부에 읍소했다.
정부의 초음파 급여화의 정적 수가 보상 여부에 따라 과의 존폐 여부가 가속도가 붙을지, 회생의 기로에 들어설지 달렸다는 말이다.
수가협상이 5월로 다가왔지만 협상의 결과를 기대하는 의사들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수가협상은 매년 찾아오는 '빼앗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의무 방어전 성격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모 개원의는 "적정 수가는 기대도 않는다"면서 "제발 정부가 더 이상 의사를 공공의 적으로 내세워 빼앗아 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자조섞인 말을 했다.
앞으로 다가올 초음파 급여화와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에 따라 세수 확보를 위한 '의사 털기' 정책은 얼마나 강화될까.
의사들이 광풍에 감기몸살을 앓고 있다. 봄바람 대신 광풍만 지나가길 엎드려 기다리고 있는 게 지금 의료계의 우울한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