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턴 폐지안을 강행하다 의대생들의 강한 반발에 부딛혀 뜻을 접어야 했던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를 앞두고 또다시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
자칫 의대생들이 또 다시 반발하며 입법 시기가 늦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주로 예정됐던 입법예고 계획을 보류하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인턴 폐지 준비가 부족하다고 못박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인턴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달 30일 이를 입법예고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연기한 이후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법 예고 일자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결재에 시간이 걸리고 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대생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 관계자도 "의대생들과 의견 조율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복지부의 의도는 최근 개최된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회(의대협) 춘계 대의원 총회에서도 드러난다.
당초 의대협은 최근 전국 의과대학 본과 3,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의대생들간에 인턴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다.
하지만 복지부 고득영 의료자원과장이 이 자리에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타진하면서 급하게 복지부와 의대생간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다.
입법예고를 미룬지 몇일 만에 이같은 자리에 서둘러 참석한 것은 결국 의대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에 대해 논의했다는 명분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의대생들이 당사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입법예고를 강행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면서 결국 입법이 무산된 경험을 되새긴 것이다.
이에 따라 입법예고의 키를 쥐고 있는 의대생들이 복지부의 의도대로 따라줄지가 인턴 폐지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희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의대생 대다수가 복지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인턴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대협이 전국 14개 의과대학 본과 3, 4학년 10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가 넘는 632명이 2015년 시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결국 의대생들의 우려를 얼마나 씻어낼 수 있는가에 입법예고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이대로 강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의대협 대의원 총회에서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으로 의견 조율을 갈음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의대협 조원일 회장은 "아직까지 복지부가 인턴 폐지를 위한 선행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대생들의 생각"이라며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준비가 됐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