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있는 분이라면 나이도, 학벌도 묻지 않고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필건 신임 회장을 필두로 한의사협회가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필건 집행부의 윤곽은 30대의 홍보이사와 보험이사 등용까지 임원진 전반을 30대 중후반으로 등용하는 파격으로 읽히고 있다.
올해 수가협상 단장 역시 34살의 이립(而立)의 나이에 불과하다.
9일 취임 40일을 맞은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최근 임원진 구성이 늦어진다는 질타에 대해 "집행부의 인물을 다 물갈이 했다"는 말로 새로운 변화 양상을 소개했다.
한의협은 우선 능력 우선주의를 통해 전문지식 없이 이름값만으로 한 자리 차지하려는 인사들을 모두 임원진에서 배제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집행부의 인적 물갈이를 위해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을 모두 뺐다"면서 "새로 등용된 인물은 모두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대와 한의대를 모두 졸업한 인사를 법제이사로 기용하고 약물 관련 담당 이사도 서울대약대 졸업 후 다시 한의대를 나온 사람을 기용했다는 것.
김 회장은 "학교, 연령, 나이 등 부수적인 요소를 다 배제하고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직능 이사로 모시기 위해 임원진 구성에 시간이 걸렸다"면서 "정치적 고려없이 일 잘할 사람으로 집행부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예 임원진 구성에서 제외할 정도로 객관성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
김 회장은 한분 한분을 모시기 위해 서울 근교뿐 아니라 지방까지 발로 뛰는 '삼고초려'도 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태호 홍보이사는 페이닥터를 하다가 일면식도 없는 김필건 회장의 "도와달라"는 부름에 등용된 인물. 34세의 젊은 인물이 회장을 보좌하고 있어 기자들을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다.
김 이사는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 없어 2~3중으로 스크리닝 하다보니 집행부 구성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면서 "3명 정도만 임명되면 임원진 구성도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젊은 의사들로 이뤄진 전국의사총연합이 의협에 진출하며 빚어진 실무 경험 부족 사례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김 이사는 "한의협이 선후배 위계질서가 강하다는 편견을 벗고 젊은 피를 수혈했지만 뒤에서는 연륜과 경험이 있는 중진들도 위원의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의협이 지난 1년간 정부와의 협상에서 좌충우돌한 것과 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4년 수가협상 단장 역시 34살의 앳된 전은영 보험이사가 맡았다. 30대 두명과 40대 두명으로 이뤄진 수가협상단을 꾸린 것도 파격적인 실험인 셈이다.
김 이사는 "이번 수가협상이 한의협으로선 첫 시험 무대와 마찬가지"라면서 "좋은 시도가 이뤄진 만큼 협상 결과도 좋은 방향이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