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와 병원계가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서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계속 공방전만 거듭하며 보완책 논의가 공회전을 하고 있는 것.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가 31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개최한 미래의료정책포럼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여지없이 재현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진료비 증가 억제를 위해서는 포괄수가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이는 이미 합의된 내용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배 과장은 "행위별수가제 특성으로 인해 진료비 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미 병원계와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그는 현재 병원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이미 예비평가 등을 통해 기우로 밝혀진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배 과장은 "예비평가 결과 병원계가 우려하는 의료 질 저하나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상급종합병원들이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문제인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지는 패널 토의에서도 정부측의 입장은 단호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규덕 기획심사위원은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도입은 이미 10년 전부터 추진된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준비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태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보상기전 문제만 해도 자료를 제출하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숨긴 것은 상급종합병원들"이라며 "정말로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이 병원경영에 타격이 된다면 자료를 내놓고 상의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병원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미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를 듣지 않은 것은 정부라는 것이다.
공단 일산병원 강중구 부원장은 "이규덕 위원 등 정부 측에서 병원계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일산병원만 해도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에 대해 수도 없는 지적을 해 왔다"며 "하지만 갑의 위치인 정부가 막무가내로 끌고 간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림대의료원 이근영 부의료원장은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이 대재앙이 될 것이라며 당장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의료원장은 "진료비 지불제도를 변경하면서 7개 질환부터 우선 해보자는 의도 자체가 넌센스"라며 "대체 7개 질환만 지불제도를 바꾸는 명분과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불제도를 바꾸는데 기존 제도 아래에서 수가와 비급여를 평균 이내에서 원점을 잡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어떻게 의료제도의 근간을 바꾸는데 선시행 후보완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특히 정부와 병원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의사협회가 병원협회를 비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축사에 나선 노환규 의협회장은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을 앞두고 의협이 대국민 광고와 여론전으로 저항할 때 병협은 이에 동참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와서 대형병원들이 돈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포괄수가제가 가져올 의료의 질 저하가 아닌 경영 타격을 이유로 반대해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경영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