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시각은 오후 5시.
하지만 2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자리를 맡으려는 병의원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5시에는 200석이 꽉 찼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서울 및 대구를 시작으로 19일까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설명회를 개최한다. 심평원 본원에서 열린 서울지역 행사에는 병의원 보험심사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설명회는 7월부터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확대 적용되는 포괄수가제의 수가, 급여기준, 적정성 평가 등에 대한 이야기로 이뤄졌다.
병의원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정보들로 설명회는 구성됐다.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7개 질병군 중 6개 질병군 포괄수가 개정안만 의결하고, 자궁 및 자궁 부속기 수술 포괄수가 개정안은 유보했다.
설명회도 이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설명회를 시작하는 같은 날, 같은 시각 보건복지부는 6개 질병군 포괄수가 개정안을 고시했다.
심평원 포괄수가개발부 신은숙 차장은 포괄수가 개정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주로 발생하는 별도징수 불가 항목에 대해 설명했다.
행위별수가제에서 비급여 항목이지만 포괄수가제로 묶여 비급여로 받을 수 없고, 행위별수가로도 청구할 수 없는 항목이라는 말이다.
안과에서는 눈에 넣는 주사제인 아바스틴과 비에스에스플러스액, 이비인후과는 편도 및 아데노이드 수술 시 사용하는 기구인 코블레이터(coblator)가 있다.
외과는 탈장수술에 쓰이는 치료재료인 메쉬(mesh), 전파절삭기, 복강경하 의료용 개창기구(Applied Gelport) 등이 포괄수가로 묶여있다.
산부인과는 대표적으로 유착방지제를 개별 청구할 수 없다.
이밖에 지혈제, 영양제, 자궁근종 초음파 융해술, 혈전방지용 압박스타킹 등이 있다.
포괄수가운영부 김남희 과장은 7개 질병군 급여기준에 대해 발표하면서 세부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김 과장은 "복강경 수술 중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 개복술로 전환해 수술을 하면 복강경 수술 시도 비용으로 23만 9000원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 전에는 개복 수술에만 수가가 적용됐지만 복강경 수술비도 산정했다"면서 "추가 비용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4만 7800원은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포괄수가제 개정안은 7개 질병군에 해당하는 입원개시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6월 15일 조기진통으로 입원해 진료 중 7월 1일 제왕절개를 했으면 7월 1일 이전에는 행위별 청구, 이후부터 퇴원까지는 포괄수가제 청구를 하면 된다.
포괄수가제 질병군에 속하는 제왕절개를 시작한 시점부터가 입원개시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 2시간여의 설명회가 끝나고도 병의원 관계자들은 심평원 직원들을 둘러싸고 질문을 이어갔다.
한 산부인과의원 관계자는 심평원 심사지침의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똑같은 의사가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청구했는데 과거에는 아무 문제 없다가도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모두 삭감됐다. 같은 처치에 대한 심사결과가 다르다면 병의원 입장에서는 포괄수가제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지침을 심평원 내부에서만 활용하면 안된다. 지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심평원 관계자는 "다빈도 사례에 대해서만 심사지침을 공개했었다. 병의원에서 나온 상병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종합병원 이상에서 나오는 상병들은 다른 사례들도 있을 것"이라며 "심사지침을 검토해서 다시 공고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