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1주 산모가 이틀간 유도 약물을 투여해 분만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우 지금은 3일째 바로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한다. 하지만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11일 산부인과학회(이사장 김선행)는 오는 7월부터 종합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포괄수가제를 확대 실시했을 때 산부인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했다.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 7월 이후에는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제왕절개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DRG가 적용됐다면, 병원은 이틀간 자연분만을 위해 실시한 행위료 즉, 산모에게 투여한 유도분만 약제비와 진통 중 태아 심박동 감시 검사, 입원료 및 간호인력에 대한 수가는 받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제왕절개를 했으니 해당 DRG 수가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병원들은 산모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아니라 DRG 제도에 맞춰 진료 행태를 바꿔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자연출산이나 유도분만 대신 제왕절개수술의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학회 측은 조기진통 및 조기양막파수로 3차 병원에 입원한 고위험 산모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진통으로 병원에 6일간 입원해 제왕절개수술을 해도 동일한 DRG수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위험 산모가 입원해 있는 동안 투여하는 고가의 자궁수축억제제부터 모든 검사 및 처치 비용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산부인과학회는 "이는 저출산 고령화시대의 출산장려 정책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포괄수가제가 마치 환자에게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해 사실과 진실을 왜곡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대형병원 산부인과에서도 고위험산모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결국 국민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면서 "적어도 병원이 빚을 내가면서 진료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