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해 강경하게 맞섰던 산부인과 주임교수들이 '선시행 후보완'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을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17일 산부인과 개원가에 따르면 모처럼 대학병원 교수들이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가 싶어 기대했는데 결국 실리를 택하는 모습에 아쉽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16일 전국 주임교수 회의에서 수가 현실화와 산부인과 수술 분류체계 재정립을 전제로 DRG에 참여하기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또 복지부는 17일 오전 열린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극으로 치닫던 산부인과학회와 정부의 갈등이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학회는 1년후에 수가를 현실화하고 수술분류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했지만 가능할 지 의문이다. 잘못 판단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모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번 협상 과정을 보면 복지부는 프로이고 학회는 아직 아마추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오는 30일 DRG 반대 집회를 추진 중인 대한전공의협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은 아니지만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주임교수들이 DRG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는데 안타깝다"면서 "대전협은 젊은 의사로서 DRG의 문제점에 대해 거듭 이의를 제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도 씁쓸한 표정을 짓고있다. 학회가 제시한 중재안에 산부인과 개원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학회는 수술 분류체계 재정립을 통해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책정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개원가 입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개원의들의 우려다.
지방의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결국 개원가에서 주로하는 중증도 낮은 수술은 수가를 낮게 책정하고 대학병원에서 주로하는 수술에 대해서는 높은 수가를 매겨달라는 얘기인데 이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 김병기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물론 제한된 여건에서 대안을 모색하다보니 완벽하지 못할 수 있지만 최선의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가 현실화 등 선시행 후보완에 대해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추후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