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기술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 인프라가 사라지면서 모성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고령임신이 모성사망률이 증가하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분만병원 인프라가 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생각이다.
지방의 한 분만병원장은 "모성사망률이 높아지는 게 고령임신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분만 산부인과 병원이 줄줄이 폐업하는데 모성사망률이 낮아질 턱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모성사망률에 대한 우려는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얼마 전 산부인과 DRG 확대 시행을 논의한 건정심 소위원회에선 새삼 모성사망률이 이슈가 됐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이 건정심 위원을 대상으로 산부인과의 위기를 설명하며 모성사망률 증가세에 대해 발표하자 시민단체는 물론 복지부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신 사무총장에 따르면 한국의 모성 사망비는 2008년 10만 출생아 분만당 8.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17.2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분만 후 출혈, 임신중독증 등 고혈압성 질환, 양수색전증 등 직접 모성사망비는 1.6배 증가했다.
신 사무총장은 "모성사망률 증가세 발표를 듣고 건정심에 참여한 위원 일부는 '믿기지 않는다. 이 정도인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2007~2008년도 지역별 모성사망률을 살펴보면 강원(34.6), 충북(27.8), 경북(20.6), 충남(19.9), 전북(18.9), 전남(17.5), 대구(16.4), 인천(15.4), 부산(12.8), 경기(11.8), 서울(10.8), 광주(10.5), 대전(9.8), 경남(9.3), 경북(8.5), 제주(8.5), 울산(4.3) 순이었다.
고령임산부가 도심에 몰려있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모성사망률이 높아야 하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강원, 전남 등 의료 취약지에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즉, 인근에 산부인과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모성사망률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심평원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0년도 1570곳에 달했던 분만병원이 2011년 808개로 약 50%가 감소했다.
또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213곳 중 88곳이 산부인과를 폐쇄해 현재 125곳만 산부인과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며 의원급 분만 산부인과도 2001년 1161곳에서 2007년 521곳이 분만실을 접었다.
경기도 B산부인과병원장은 "분만을 유지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산부인과가 수두룩하다"면서 "특히 연간 분만건수 300건(월 25건) 미만의 열악한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산부인과에 불리한 의료정책이 쏟아지면서 앞으로 분만병원 인프라는 더욱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B산부인과병원장은 "이미 분만을 위해 산모가 한시간 이상 이동해야하는 지역이 230개 시군구 중 48곳에 달하고, 불과 몇년 후에는 말그대로 '분만난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이는 산부인과 의료기관을 옥죄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앞으로 산부인과의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DRG 시행 등 악재가 겹쳐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제라도 산부인과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의료현실을 감안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