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포괄수가제(DRG)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의사협회에서도 DRG에 반대 쪽으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DRG에 반대 입장을 정리한 것은 그만큼 의료 질 저하 등 DRG 제도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으로 신중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한의협의 입장이다.
최근 한의협은 보험팀을 중심으로 미국의 DRG 적용 사례 데이터를 종합, 국내에 DRG 적용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인 바 있다.
한의협이 결론 내린 DRG 도입의 문제점은 크게 ▲진료비 통제 기전의 부제 ▲수가 위주의 진료 왜곡 ▲고위험 환자군의 기피 등이다.
한의협 김태호 홍보이사는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DRG 도입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했다"면서 "아무리 한국형 DRG가 도입된다고 해도 예상되는 부작용이 많아 제도에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DRG 제도는 도입 목적과 다르게 진료비 통제 기전이 작동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미국의 사례를 보면 대형병원들이 DRG 청구제에 적응을 하면서 청구 수익을 극대화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들이 환자 치료에 있어 DRG가 적용된 여러 상병 중 가장 수익이 남는 상병을 선택해 진료비를 보전받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전립선 암의 수술도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DRG가 적용되면 약물로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수술을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는 중증도에 따라 보상을 하는 DRG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전했다.
그는 "정상진료를 하면 수가를 보전받을 수 없어 중증도를 높이는 방식의 진료 왜곡이 우려된다"면서 "미국도 DRG 도입 후 초기에는 전체 진료비가 감소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중증도 왜곡에 따라 의원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 이사는 "중증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은 수익이 남는 쪽으로 상병을 바꿔 살아남을 수 있지만 경증 환자가 많은 의원급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서 "결국 DRG 제도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의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가가 낮고 수익은 없는 환자는 받지 않는 기피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면서 "결국 DRG는 아무리 재정 효율성을 따지더라도 국민과 의료계, 정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라는 것은 효율성이 아니라 효용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 질 저하가 우려되는 DRG 제도에 반대하기 때문에 의료계 전체와 힘을 합쳐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