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연륜이 있어보이는 한 여성이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때는 단지 남자들에게 지면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죠. 못하는 술도 따라 마셨고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그 때와 비교하면 인프라가 넓어졌죠. 후배들이 좋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조그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여성마케터 모임(WMM, Woman Marketer Meeting) 황연희 고문이었다.
20일 저녁 7시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20주년을 맞은 제약 여성 마케터 모임이었다.
행사 시간에 맞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국내외 제약사 근무 여성 마케터들은 어느덧 50여 명이 모이며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WMM 박희경 회장은 "소수였던 여성 마케터 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작은 모임 WMM이 오늘날 20주년 행사를 열 수 있을 지 상상도 못했다. 특히 회원 대다수가 국내외제약사에서 주요 마케팅 보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가 향후 20년 후 여성 마케터 역할 확대에 큰 교두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박 회장은 WMM 20주년을 맞아 후배 양성에 보다 앞장 서겠다고 다짐했다.
현 WMM 회원 50여 명은 대다수 임원급인데 앞으로 차·부장급 마케터를 모아 현 WMM 회원과 1대1 멘토링으로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달해주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모임 안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멘토링을 공식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차부장급 멤버가 구성되면 서로 다른 회사의 멘토와 연결해 그들이 임원 및 탑 매니지먼트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제약업계 여성 리더 개발 육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는 길리어드 이승우 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제약업계 좌충우돌 경험담을 소개하며 '커리어 쌓기'는 하나의 여행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대표는 "20년 제약 인생을 돌이켜보면 커리어는 여행과 같다고 본다. 그렇다고 여행이 뜻대로 되진 않는다. 커리어를 개발하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마음을 내리고 하나의 긴 여행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 커리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