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실세 장관으로 기대를 모은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이 11일로 취임 4개월을 맞이했다.
진영 장관은 그동안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는 노력을 경주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장관 임명 후 촉발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부터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까지 적잖은 사건과 정책이 추진됐다.
진영 장관은 지난 3월 11일 취임식에서 "건강보험 안정화를 강구하면서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 장관은 또한 "해묵은 직역 갈등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겠다"면서 "국회와 언론, 관련단체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 나가겠다. 현재 추진 중인 과제가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겠다"고 입성 포부를 천명했다.
하지만, 보건의료 분야에서 진 장관의 추진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실국장 대폭 교체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 외에 특별히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기대한 의료체계 업그레이드는 취임 4개월 지난 현재까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이다.
의원급과 대학병원은 저수가 체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수도권 대형병원은 몸집 불리기에 따른 환자 쏠림현상 등 과거의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 중소병원은 의료 인력난과 경영난으로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태이다.
복지부가 뒤틀린 의료전달체계를 뒤로 한 채 국민행복의료추진단 등 별도 TF를 구성해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전략 수립에만 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암 등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은 이미 89% 급여화 된 195만명을 위해 9조원이라는 건강보험 재정을 현 정부 임기 동안 모두 쏟아 붓는 과감한(?) 실행방안으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합병원급 이상 포괄수가제 의무시행(7월)과 중증질환 초음파 급여화(10월) 등 의료계를 압박하는 기존 정책은 수정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
그나마 일차의료 진료환경 개선 차원에서 10월부터 시행하는 의원급과 약국 토요가산 시간대 확대 결정은 긍정적인 평가이다.
조용한 진 장관이 동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이다.
진주의료원과 경남도청을 직접 찾아가 환자를 격려하고 홍준표 도지사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법조인 답게 법령에 근거해 복지부장관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로 자신의 권한을 한정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서 아군인 여당 의원은 "홍준표 도지사의 불출석도 문제이나 그동안 복지부가 보인 자세가 유감스럽다"면서 "흑도 백도 아니고 지금까지 장관이 취한 조치가 납득이 가냐"며 불명확한 진 장관의 행태를 질타했다.
진영 장관이 밝힌 해묵은 직역 갈등 해소와 의료현장 목소리 반영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취임 후 진 장관은 의약단체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최근 의료기사총연합회까지 공식 간담회를 연이어 마련하고 취재진의 사진촬영까지 허용하는 등 의료계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
진 장관과 호흡을 맞춘 이영찬 차관 역시, 포괄수가제 시행을 우려하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와 사립대의료원장협의회, 산부인과학회 등의 방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차관이 의료계 건의 내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관련 제도와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간부진에게 지시했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보건의료계 고충이나 건의사항을 경청하는데 그쳤다는 의미이다.
이를 반영하듯 복지부 내부에서 장차관이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조용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어차피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방안 등 대통령 공약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나가지 않겠느냐"면서 "실세 장관으로 많은 기대를 했는데 현재까지 모습은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진영 장관은 이달 말 하계휴가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의 장점인 합리성과 추진력이 신중함과 대통령 공약에 묻혀 퇴색되지 않았는지 자신이 읽어 내려간 취임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