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엔테카비르)' 장기간 치료시 간암 발병을 줄인다는 연구 데이터가 나왔다.
그간 항바이러스제가 섬유화 개선을 입증한 사례는 많았지만 간암 예방효과는 발표된 적이 없기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동양인 데이터라는 점과 유명 저널 헤파톨로지(HEPATOLOGY)에 실렸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결과는 최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태평양 간암 전문가 회의(APPLE)'에서 테츠야 호사카 토라노몬 의과대학 교수를 통해 발표됐다.
발표를 보면 '바라크루드'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않은 군(대조군)과 비교해 약 63% 간암 발생을 낮췄다.
'바라크루드'의 5년간 간암 발생률은 3.7%였으며 대조군은 13.7%로 두 군간의 차이는 10.0%였다.
특히 간경변이 있는 환자군에서 예방 효과가 높았다.
간경변 환자군의 5년 간암 발생률은 7.0%였지만 대조군은 38.9%로 높았다.
테츠야 호사카 토라노몬 의과대학 교수는 "그간 항바이러스제 섬유화 개선 입증 데이터는 많았지만 실제 간암 예방효과가 발표된 것은 없었다"고 의의를 뒀다.
이외에도 '바라크루드'는 '제픽스(라미부딘)'와의 비교에서도 간암 예방 효과가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어떻게 이런 비교 연구가 가능하지?"
연구에서 '바라크루드' 대조군이던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지 않는 군과 다른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지 않은 '제픽스' 환자군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항바이러스제별 간암 예방 효과 데이터를 얻기 위해 더 좋은 약이 있는데 그 약을 쓰지 않은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B형 간염치료제 역사를 보면 된다.
일단 약을 쓰지 않은 환자군은 1973~1999년 모집됐다. 제픽스가 나오기 전이다.
제픽스 군은 1995~2007년 모아졌다. 이는 바라크루드 등장 전이다.
바라크루드 군은 2004~2010년에 모집됐다.
쉽게 얘기하면 더 좋은 약이 나오기 전에 그 당시 최고의 약으로 치료받던 환자군을 따로 모집해 서로 메타분석을 한 것이다.
베테랑 교수의 오랜 환자 데이터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비교였다.
이렇게 모아진 환자들은 두 집단간 유의한 통계 비교가 가능하도록 흡연 유무 등까지 검토하며 엄격하게 같은 조건을 가진 환자로 선별했다.
"항바이러스제 간암 예방 최초 데이터 고무적"
물론 이번 데이터의 한계도 있다.
▲항바이러스제 간 직접 비교가 아니며 ▲1개 병원 환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두 개의 다른 연구라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간 전문의들은 이런 데이터가 나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많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간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추측은 가능했지만 공식력 있는 데이터는 없었다. 이런 데이터가 나온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진은 근거 데이터를 중시한다. 이번 자료가 B형간염치료제 선택에 큰 영향은 줄 수 없어라도 간암 예방 효과가 저널에 실린 약과 아닌 약은 어느정도 영향은 줄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