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분야 최강자임을 자인하는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늪에 빠진 외과계 기피 현상에 깊은 우려를 표명해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16일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 개소' 관련 간담회에서 매년 반복되는 외과계 전공의 미달사태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외과 김진천 교수와 김송철 교수(로봇수술센터 소장) 및 비뇨기과 김청수 교수와 홍준혁 교수(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 소장) 등 로봇수술 권위자들이 참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수술용 로봇 제조사인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로부터 글로벌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로 지정됐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세브란스병원과 홍콩, 일본에 이어 4번째이며, 세계에서는 23번째이다.
교수들은 트레이닝센터 개소를 연구와 진료 그리고 교육 등 로봇수술 관련 대학병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외과계 현실로 화제가 이동하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장항문 분야 권위자인 외과 김진천 교수는 "전공의 미달 사태가 지속되면 외과 의사를 수입해야 한다는 말이 현실이 될 것"이라면서 "학회 차원에서 정한 전공의 정원 감축 적정선에 이미 도달했다"고 환기시켰다.
김 교수는 "이대로 가면 전공의 정원이 130명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하고 "아산병원만 간신히 정원을 채울 뿐 모든 수련병원이 전공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최근 들어 전공의 추락 사태를 절감한 비뇨기과의 심정은 더욱 참담했다.
김청수 교수는 "비뇨기과는 현 외과 전공의 지원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적정수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외과 분야 추락은 막을 방법이 없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된 현 상황에서 쉽고, 편한 술기와 진료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뒤틀린 의료현실을 꼬집었다.
현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방안 실행계획에 검토 중인 것으로 회자되는 로봇수술 급여화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했다.
교수들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모 교수는 "신의료기술인 로봇수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연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태"라며 "30여대인 로봇수술 장비 사용률도 병원별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급여화는 이르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2007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로봇수술 3811건이라는 국내 최다 기록과 트레이닝센터 선정에 자부심을 표방하면서도, 기피과로 전락한 외과계 현실에는 한숨만 내쉬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22일 글로벌 로봇수술 트레이닝센터 개소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