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지)소장의 자격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질 조짐이다. 이번엔 간호사를 보건지소장으로 임명한 인천 남구 숭의보건지소가 도마 위에 올랐다.
18일 인천시의사회 송태승 공보이사는 "지난 16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남구 숭의보건지소 소장의 자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삼기로 의결했다"면서 "일반 진료 기능 축소에 대해서도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숭의보건지소는 이달 초 문을 열었다. 1층에는 모자보건실과 예방접종실, 진료실, 재활치료실을 두고 만성질환관리사업과 모자보건사업, 예방접종사업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제가 된 것은 최근 해당 보건지소가 관리 의사를 채용하면서 부터다.
보건지소장이 간호사로 있는 상황에서 관리 의사를 채용하자 사실상 의사가 간호사의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하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송 공보이사는 "작년 대구에서 비의사의 보건소장 임명 추진 논란이 빚어지는 등 매년 이런 문제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본질적인 문제는 의사-비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보건정책을 실행하는데 누가 적합하냐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건(지)소가 진료 기능과 예방, 만성질환 관리 등 보건의료 전체를 총괄하는 만큼 이에 적임자는 의사가 돼야 한다는 것.
지역보건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건소장은 의사면허를 가진 자 중에서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사 충원이 곤란한 경우에 한해 보건의무직군 공무원도 임용이 가능하다.
송 이사는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의사가 진료를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의료 질서를 문란케하는 행위"라면서 "과연 보건지소가 지소장을 뽑을 때 의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보건지소장 채용 과정에서 의사를 뽑기 위한 노력했는지 공문을 보내 질의를 했다"면서 "이런 노력 없이 지역보건법 시행령의 예외 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간호사를 채용한 것이라면 공식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숭의보건지소의 일반진료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송 이사는 "숭의보건지소가 들어선 자리는 의료 취약 지역이 아니라 의원이 밀집한 지역"이라면서 "보건지소가 예방과 관리 기능과는 거리가 먼 일반진료 기능도 홍보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보건지소 인근에 정형외과도 많은데 굳이 재활치료실을 두고 물리치료를 하는 등 일반진료 기능을 할 필요는 없다"면서 "일반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예방과 관리, 교육 사업을 중점적으로 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