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삼성의료원에까지 미치는 것일까.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에 입후보를 공식화하고 선거 준비까지 나섰던 삼성서울병원 A전공의가 등록 마감일에 갑자기 지원을 포기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후보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지원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병원 차원에서 이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
대전협 관계자는 25일 "A전공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고 몇일전까지만 해도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단독 입후보가 확실시 됐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미 프로필 작업까지 마쳤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전공의는 후보 등록 마감을 코 앞에 둔 상태에서 돌연 지원 포기 의사를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24일 마감된 후보 등록에는 지원자가 전무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등록을 1주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 외압설을 제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보 등록도 하기 전에 선거 준비까지 하며 의욕적이던 후보가 갑자기 지원을 포기할 이유는 병원의 압박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공의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더한다. 과거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3대 회장 선거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 이원용 후보가 단독 입후보해 관심을 모았지만 당선될 때까지 병원의 압박을 이겨내야 했다.
특히 당선 후에도 병원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았던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왜 삼성서울병원은 대전협 회장에 민감한 것일까.
대다수 인사들은 전공의 노조 위원장직을 겸직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라고 풀이한다.
이는 비단 삼성서울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전협 회장을 지낸 의료계 인사는 "사실 어느 수련병원에서도 소속 전공의가 대전협 회장직을 맡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나 또한 입후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원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고 이는 회장직을 수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더욱이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공의 노조 위원장이 나오는 것을 두고 볼 수 있겠냐"며 "의료계 전체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같은 현상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병원 측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압력을 행사할 만한 특별한 이유와 그러한 사실도 없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일부 교수가 상담 정도 했다면 이해가 되지만 병원 차원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