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②|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충돌
지난 4월 28일 의협 정기대의원 총회. 노환규 회장 취임 1년의 성적표를 받는 날이었다.
의협 관계자는 "노환규 집행부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가 투명성”이라면서 “실제 법인카드, 예산 지출을 줄였고, 회비 수입이 늘어나 정기총회에 제출한 예산안 등의 안건이 무난히 통과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날 노 회장은 큰 타격을 받았다.
2013년도 예산안 부결, 임원 증원을 위한 정관 개정안 부결, 공제조합 설립안 부결 등등. 대의원들은 작심한 듯 의협이 제출한 안건을 줄줄이 부결시켰다.
여기에다 노 회장은 전체 대의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제발 페이스북 좀 그만 하라"는 핀잔까지 들었다.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을까?
의협 관계자는 "만약 노 회장이 총회 한달 전부터 시도회장, 대의원회 의장단을 찾아가 술이라도 대접하면서 '형님, 좀 도와주세요'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이번 정기대의원총회 직후 모 대의원은 노 회장에게 "왜 미리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서운해했다고 한다.
노 회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시도의사회 회장 등 의료계 지도자그룹과 충돌해 왔다.
문제는 정책방향이나 전략 등에서 갈등을 빚은 게 아니라 소통방식의 차이에서 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노 회장이 '온라인 소통'을 선호하면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오프라인문화' '형님문화'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직접 의료계 지도자들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형님, 도와주세요" 해야 하는데 노 회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역대 의협 회장들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노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같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한살이라도 많으면 바로 형님한다"면서 "형님 소리를 할 줄 모르는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몸이 열개도 아니고,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어떻게 16개 시도회장, 대의원회 의장단 등을 일일이 만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느냐는 항변이다.
여기에다 노 회장은 이런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노 회장은 "의협 회장을 포함한 의료계 지도자들은 남들보다 더 수고해야 한다"면서 "그냥 자리에 앉아 누군가 와서 이해시켜주길 바랄 게 아니라 더 많이 고민하고 물어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