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①|노환규 회장-의료계 지도자 정면충돌
의협 노환규 회장과 소위 '의료계 지도자그룹' 중 어느 한쪽은 무릎을 꿇어야 하는 내전이 시작될 조짐이다.
탐색전은 이미 시작됐지만 25일 양 그룹은 얼굴을 마주 한 채 설전을 벌인다.
전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대전시의사회 황인방 회장은 이날 노환규 회장과 만나 독선적 회무를 중단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 경고 메시지는 지난 20일 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 의장단, 각과개원의사회장 등 18명의 의료계 지도자들이 대전에서 결의한 사항이다.
또 황인방 회장은 노환규 회장이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벌금 1천만원 징계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회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입장을 표명하라는 대전 모임 참석자들의 뜻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노 회장도 8월 초 공식적인 '개혁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지도자들의 불만을 예로 들면 이렇다.
노환규 회장 스스로 만성질환관리제에 반대해 놓고 의료계와 사전 협의도 없이 건정심에 들어가 개원의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 모형을 제안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 회장의 독선적 회무에 대한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등의 불만은 현 의협 집행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져 나왔고, 만성질환관리제 참여가 토요가산 시간대 확대의 부대조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폭발했다.
하지만 의료계 지도자그룹, 특히 시도의사회장단에 대해 노 회장도 할 말이 많다.
노환규 회장은 취임 직후 시도의사회 회장단과 상견례를 하면서 "시도의사회 회장은 의협 집행부입니까, 견제세력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노 회장은 시도의사회 회장들이 당연히 집행부의 일원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의 발목을 잡을 게 아니라 회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왜 사사건건 트집을 잡느냐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상당수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노 회장의 상견례 발언을 상당히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왜 우리가 집행부냐"라고 발끈했다.
이처럼 양자가 딴 생각을 하는 이유는 독특한 의협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현재 대부분의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의협 대의원을 겸하고 있다.
어쩌면 복지부장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까지 겸하는 형태다.
그러다보니 노 회장은 시도의사회 회장들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시도의사회 회장들은 노 회장이 대의원인 자신들을 무시한 채 독선적으로 회무를 하고 있다고 불쾌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다보니 한쪽은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환규 회장과 의협 상임 이사들이 잇따라 의료계 내부 개혁를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번 기회에 이런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의 의료계 내부 개혁 핵심은 의협 정관 개정을 통해 의사회 회장과 의협 대의원을 겸하는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는 의협이 회비를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다.
시군구의사회, 시도의사회를 경유해 의협 회비를 받을 게 아니라 의협이 직접 회비를 걷어 시도의사회에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시도의사회가 이 카드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여름 휴가가 마무리되는 내달 중순부터 양 진영은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을 본격화할 전망이다.